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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의 핫 코트] <29> TV편성표에서 사라진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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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의 핫 코트] <29> TV편성표에서 사라진 테니스

입력
2011.06.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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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리나가 아시아 국가 선수론 처음으로 프랑스 오픈 테니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일반 투어대회가 아닌 4대 그랜드슬램대회에서 말입니다.

10여일 지난 '구문'(舊聞)이지만 지금도 전율을 느낍니다.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100여 년 만에 일어난 미증유의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동업자 정신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포츠에서 동서양인의 체력적인 차이로 등위가 정해진다는 인식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일부 종목에선 아시아 선수가 더 나은 성적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니스만큼은 서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테니스는 지난 100여년 동안 난공불락의 입지를 구축해왔습니다. 여자복식에서는 두 차례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단식은 어림없었습니다.

그러나 리나의 우승으로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일종의 심리적인 벽이 무너짐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우승컵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눈길을 국내로 돌려보면 희망의 싹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테니스계의 김연아'를 꿈꾸는 유망주들입니다. 이들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인 선수들을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타 인기종목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테니스 외길을 걷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문제는 보석 같은 재능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입니다.

한국테니스는 정상권 도전을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실험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전문코치를 영입해 유소년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의 히딩크, 피겨의 브라이언 오서처럼 말입니다.

비단 선수양성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테니스를 찬밥신세로 만드는 주변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성적이 안 나온다고 외면해서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입니다.

테니스가 국내에선 TV편성표에서조차 사라지는 비인기 설움을 받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선 최고 인기스포츠로 꼽힙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나의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은 기본이고, 톱랭커들의 경기도 실황으로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영방송 KBS조차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며 귀동냥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요즘보다 더 척박한 테니스 현실임에도 KBS는 일요일 아침마다 유명 스타들의 테니스 경기를 녹화방송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 추억을 꿈꾸는 게 정말 어려운 일 일까요.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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