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한판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와 한나라당까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잇달아 무상복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역주행'이라는 모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사실상 '대권주자 오세훈의 사전평가'이자 '서울시장 오세훈의 중간평가'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 오 시장으로선 벼랑 끝에 선 것이다.
오 시장은 16일 '투표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면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는 질문에 "어느 안이 채택되든 결과에 100% 따를 것이다. 정치적 책임은 지금부터 고민하고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본투표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 외에는 실제로 득 될 것이 별로 없다. 서명 점검에서 주민투표 실시 요건을 못 채우거나, 투표율이 33.4%에 미달해 개봉하지 못할 경우에도 패배로 간주한다. 이럴 경우 주민투표에 들어간 180억원(선관위 예상치)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 시장의 각오는 비장하다. 그는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직접 바로 세우는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쓰게 된다"며 "퍼주기 복지에 맥없이 무너진 빚더미 대한민국을 물려줄지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 시장 측은 최악의 경우 투표에서 패하더라도 정치생명을 걸고 포퓰리즘에 저항한 양식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승리했을 경우엔 무상복지 논쟁의 방향을 돌리는 여권의 대권 주자로 떠오르게 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투표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오 시장에게) 시장 직을 던지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 후 이런 포퓰리즘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당장의 분위기로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렵겠지만 3분의 1을 넘긴다면 단계적 무상급식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며 "한나라당이 오 시장을 적극 지원해 총선 전초전인 주민투표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아직은 전략적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시장 쪽 관계자도 "민주당은 복지논쟁을 적당히 끌고 가다 내년 총선에서 재미 보려 할 것"이라며 야당의 타임스케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상당수 있다. 이른바 '중도싸움'에 골몰해야 할 시점에 엉뚱하게 '보수층 집토끼'만 바라보고 힘든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교수는 "무상급식에 대해 과거에는 찬반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오 시장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 아니다"며 "반값 등록금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가 큰 흐름으로 가는데 오 시장이 헤어날 수 없는 구덩이를 파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전략적으로도 박근혜의 취약성이 중도층 흡수가 어렵다는 점인데 정작 오 시장은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보수 원조로 가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현재는 오 시장 홀로 무상시리즈에 저항하고 있지만 국내 여론이 워낙 요동이 심해 내년 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지금 득실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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