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증권거래법상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겠다고 나섰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가로 막고 있는 법률적 쟁점(소송)에 또 하나의 법적 쟁점이 추가된 것이다.
외환은행을 둘러싼 론스타와 하나금융, 그리고 금융당국간의 관계가 점점 더 복잡한 방정식으로 흐르고 있다.
론스타, 무죄 입증 총력
16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외환은행과 론스타 측 변호인은 "옛 증권거래법 215조의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벌규정이란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유회원)를 처벌하는 동시에 법인(론스타,외환은행)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 대법원은 유씨가 유죄이므로 론스타도 처벌해야 한다고 보았지만, 론스타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법원이 변호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되면 판단이 나오기까지 보통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또 외환은행과 론스타 측 변호인은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2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으며,다음달 21일 열리는 재심 때 약 1시간 정도의 추가변론을 요청했다.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론스타 측이 큰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빠르면 이달 내 론스타에 대해 유ㆍ무죄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았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주가조작이라는 중대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와 평판이 나빠져 투자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론스타가 조기에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는 것보다 평판을 더 중요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차질 예상
이로써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더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졌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대한 '수시적격성' 판단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건을 론스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후로 미루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입장은 이제 더욱 난처해졌다. 론스타와 계약을 연장한 뒤 법원판결이 최대한 빨리 나오기를 기다려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는 게 하나금융측 희망이었지만,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됨에 따라 금융위는 이 부분에 대한 최종 법적 결론이 나올 때까지 승인을 또 미룰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반전카드?
론스타의 위헌제청 요구로 법적 공방이 장기화함에 따라 관심은 론스타의 '수시적격성(양벌 규정에 따른 대주주 자격 인정여부)'이 아닌 '정기적격성(산업자본 여부)'심사로 옮겨가게 됐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반기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지난달 초부터 론스타펀드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이며 8월 정도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과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각각 임 의원은 ▦론스타가 일본에 3조7,000억원대 골프장 그룹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가 퀘벡주 연기금과 스탠포드 대학기금 등을 끌어들였는데 이들이 대부분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한 산업자본이라는 점 등을 들어 론스타 역시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 만약 정기적경성 심사에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난다면, 위헌심판 등과는 관계없이 금융위는 론스타에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하나금융이 이 지분을 사들이면 외환은행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론스타의 부적격판정이 오히려 하나금융측엔 호재가 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론스타의 속내는 무엇인지, 현재로선 가늠키가 어렵다"면서 "상당히 복잡한 방정식이 펼쳐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