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 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학교 무상급식 논란이 결국 주민투표를 통한 해결로 번졌다.'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는 어제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 80만여 명의 서명을 첨부한 주민투표 청구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서명부 검증을 거쳐 유효 서명자가 41만8,000명을 넘을 경우 오세훈 시장 명의로 주민투표를 발의해 8월 하순께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4년 주민투표법이 시행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을 위해 실시된 주민투표는 제주도 행정구조개편 등 세 건으로, 모두 지자체장의 청구로 이뤄졌다. 이번에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가 성사된다면 주민청구로 이뤄지는 첫 사례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한 단계 나아간다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겠다. 여소야대로 빚어진 서울시와 의회의 소모적 대결 구도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효성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투표시기가 여름휴가 막바지인 8월 하순인 데다 서울시민의 관심도 등에 비춰 투표율이 개표 정족수인 33.4%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이 경우 투표함은 개함도 못한 채 폐기된다. 투표 결과가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돼 있어 여야가 무리수와 과잉 경쟁을 펼치다 보면 또 다른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무상급식 논란과 서울시ㆍ의회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180억 원이나 되는 국민세금을 들여 주민투표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로 몰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온 것도 그래서다.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은 그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철회와 정치적 타협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면적 무상급식에 반대하면서도 도 의회와 한 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았다. 소모적 갈등을 극한까지 몰고 가지 않고 피차 명분과 실리를 찾는 게 진정한 정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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