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정보기관이 수동교환기 방식의 무선 이동전화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민간인 대상 서비스는 1961년 8월에 시작됐다. '카폰'으로 불리던 차량 장착용 이동전화였다. 일반 유선전화로 시외 교환원을 호출, 차량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교환원이 선택호출 장치로 전파신호를 발사해 차량의 벨이 울리는 방식이었다. 당시 가입자 수는 80여 명. 휴대폰 서비스는 1984년 시작됐으나 가입자는 좀체 늘지 않았다. 1990년대 초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은 '부유층 여대생의 충격적인 과소비 행태'라며 휴대폰을 갖고 있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 휴대폰 가입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96년 신세기통신이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붙어 보조금 지급 규모가 연간 매출을 웃돈 이동통신사도 있었다. 1997~99년 3년간 신규 가입자 수는 2,000만 명에 달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2006년 3월까지 보조금 지급을 금지했으나, 이후 2년간 18개월 이상 가입자에 한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게 했고 2008년 4월 보조금 금지 제도를 아예 폐지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9월 보조금 상한을 27만원으로 정하고 위반하면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 최근 휴대폰 단말기 판매점들 사이에 '퇴근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동통신사들이 과도한 보조금을 얹어주는 휴대폰을 말한다. 이 휴대폰을 판매한 직원은 하루 실적을 빨리 채워 일찍 퇴근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휴대폰 보조금 경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요즘엔 그 도가 지나쳐 공짜 휴대폰에다 수십 만원의 현금을 얹어주거나 노트북 상품권 등 고가의 경품을 끼워주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신규 가입자 유치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급증한 데는 보조금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공짜폰의 대가는 가혹하다. 휴대폰 교체주기가 너무 빨라 수천만 대의 장롱폰이 양산되고 있다.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10대, 20대는 혜택을 받는 반면, 오래 쓰는 장년과 주부들은 오히려 손해를 본다. 최근 2년간 휴대폰 단말기 출고가격이 30%가량 치솟았는데, 제조업체가 출고가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한 뒤 선심 쓰듯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관행 탓이다. 무엇보다 보조금은 비싼 통신료의 원인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요금을 낮추려면 보조금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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