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할머니 고향인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게 돼 너무 자랑스러워요.”
16일 법무부가 선발한 외국어 우수 전문 교도관으로 뽑힌 김나탈리아(35)씨는 자신이 대한민국 공무원이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교포3세로 부모도 현재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살고 있는 ‘러시아 여성’이다. 교포3세지만 한국어가 어색할 수 밖에 없는 그가 낯선 땅에서, 그것도 범법자들이 수용된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첫 귀화여성으로 기록됐으니 이례적인 일로 평가 받을 만하다. 김씨는 내주부터 4주간 직무교육을 받은 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합격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들은 매우 뿌듯해했다. “시험준비 하면서 남편이 물심양면으로 격려해줘 든든했어요. 교정직이라 부모님이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기대가 더 커요.”
하필 교도관의 길을 택했을까. 여성이 일하기에 다소 험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대답은 간단했다. “제복 입은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교도소 이곳 저곳을 분주하게 움직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요.”
물론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제가 가진 장점을 활용할 기회를 찾다가 ‘이 길이다’ 싶어 주저 없이 선택했어요.” 그가 말하는 장점이란 러시아어와 한국어 구사가 능통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블라디보스톡 극동국립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재원으로 한국 정부가 지급하는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2002년 한국 유학시절 친구 소개로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난 그는 현재 두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김씨는 특히 조부모가 일제시기 한국에서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사실을 말하며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씨 부모는 이후 블라디보스톡에 정착해 김씨를 낳았다. “제가 비록 한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모국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죠.”
“비록 범법행위로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의사소통이 안돼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정 공무원으로서의 각오와 직업의식도 드러냈다. 그는 “수용자 인권을 존중하고 올바른 수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한국과 러시아의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외국인 수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최근 56명의 외국어 우수 전문 교도관을 특별 채용했다. 이 중에 김씨와 정은혜(중국어), 윤서정(베트남어)씨 등 결혼이주여성 귀화인 3명이 포함돼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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