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세계화가 가수들 처우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해외 언론들도 유럽 대륙을 강타한 K팝 열풍에 놀랐다. 10,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팝 가수들의 합동 공연이 엄청난 흥행을 거두면서부터다. 그러나 단순한 찬사를 넘어 K팝의 성공 뒤에 가려진 국내 음악계의 어두운 현실도 조명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1일자 기사에서 "제작사에 의해 길러진 소년ㆍ소녀들이 음악 수출의 첨병으로 나섰다"고 보도한 데 이어 영국 공영방송 BBC는 14일(현지시간) 'K팝의 그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연예인 노예계약 문제와 한국의 왜곡된 음반시장 현실 등을 정면으로 꼬집었다.
BBC는 "K팝 가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한 마디로 음반판매수익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아이돌 가수들에 쏟아지는 막대한 관심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CD는 사양산업이 됐고, 디지털 음원 가격도 노래 한 곡에 몇백원에 불과해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 음반제작자는 "온라인 음악 판매자들이 불법 음악사이트와 경쟁하기 위해 판매단가를 지나치게 낮췄다"며 "일본에서 일주일만 활동하면 한국에서 1년 수입 이상을 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름값을 유지할 목적으로 공연하지만 일본에서는 가는 곳마다 돈이 쌓인다.
2009년 K팝의 수출 실적은 3,000만달러(약 325억원)에서 지난해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국가경제는 물론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절치부심하는 정부의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K팝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어린 가수들의 희생이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그룹 동방신기 사태를 언급했다. 방송은 "일부 멤버들이 13년이라는 장기계약에 묶인데다 활동이 제한되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소속사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연예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아시아권에서는 연예활동 계약과 관련한 진지한 협상 문화가 없었다"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K팝은 투자비가 많이 드는 상품이다. 노래와 춤 등 기본적 훈련 비용 외에도 매니저ㆍ의상ㆍ홍보비 등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자금이 투입된다. 이렇게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기획사들은 가능하면 가수들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어한다.
BBC는 "한국의 음악산업 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가수들의 생활고는 계속될 것"이라며 "K팝이 음악으로 유명해질지, 아니면 악습으로 이름을 떨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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