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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정착 돕는 마포노인복지관 어르신들/ "베트남댁 돕고 쌈지 두둑해지니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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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정착 돕는 마포노인복지관 어르신들/ "베트남댁 돕고 쌈지 두둑해지니 좋지"

입력
2011.06.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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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잘 보세요. 유리잔 색깔이 어떻게 바뀌는지. 수리수리 마수리 짠."

이영애(62)씨가 주문을 외치자 순간 투명한 유리잔이 분홍색으로 바뀌고 아이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경환(6)이가 "파란색으로 해 주세요"라고 하자 보자기로 감싼 유리잔은 눈깜짝할 새 다시 파란색으로 변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15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 2층 강당. 이씨가 결혼이주여성 자녀 10여명에게 깜짝 마술 쇼에 이어 전래 동화 '며느리 복방귀'를 들려주고 있었다. 마치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이씨는 센터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강사다.

이씨는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이 결혼이주여성의 국내 정착 지원과 그 자녀들의 적응을 위해 지난해부터 마련한 지원사업 러빙월드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를 포함해 60대 이상 어르신 20명이 이곳에서 결혼이주여성 20여명과 자녀 10여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전통놀이 등 한국문화를 전해주고 있다.

러빙월드 사업의 특징은 다문화가정 지원과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세 차례, 2시간씩 강의를 하며 제2의 삶도 살고 월 20만원의 수입도 올린다.

용돈을 버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된다는 게 더 큰 보람이라고 했다. 이씨는 "차근차근 한글을 배우면서 말문이 트이고 글씨도 삐뚤삐뚤, 맞춤법도 틀리지만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감동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결혼해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누에키노(24)씨는 요즘 이씨를 보면 "'선생님, 아이가 없어요. 아이 생기게 기도해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10년 전 한국에 왔다는 이벨라(36)씨는 "제가 잘 모르는 민요를 가르쳐주는데 딸 윤희(7)가 무척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윤희는 "게임도 재미있고 친구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아요"라고 거들었다.

이날 민요수업을 진행한 최화식(64)씨는 "지난달에는 딱지 제기 탈 등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놀이를 하기도 했다"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는 "간혹 매스컴을 통해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며 "한국에 시집 온 이상 식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빙월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노인일자리사업 종합평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전국 1,100여개 기관의 4,400여개 교육형 프로그램 중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것. 복지관 관계자는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을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 개발해 정착시켜 지역 사회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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