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가 주도하는 컨소시엄(KB국민+우리+하나SK카드)이 신한카드를 밀어내고 정부의 보육비 지원용 카드사업인 '아이사랑카드' 사업자로 사실상 낙점됐다.
이 사업은 시장규모만 3조원에 육박, 바우처(서비스 교환권) 시장에서 '대어 중에 대어'로 꼽히는데다, '착한 회사'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어 카드업계 내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분야. 그 동안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독점해왔고 이번에도 신한이 계속 사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분사 이후 업계 2위로 부상한 KB카드가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권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신한 독점 깬 KB
15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KB카드 컨소시엄이 아이사랑카드 사업자로 사실상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사랑카드는 정부가 소득, 연령 등 일정 조건을 갖춘 가구에 대해 자녀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카드에 담아주는 것. 신용카드에 바우처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이 카드로 일반 물품구매나 서비스이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첫 시행에 들어간 2009년 사업권을 따낸 신한카드는 지금껏 단독으로 복지부와 함께 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발급된 아이사랑카드는 작년 말 기준으로 100만장을 넘었고, 연간 승인금액은 2조8,000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바우처 사업예산이 100억원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조 단위의 매출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라고 평했다.
신한카드의 독점 구도에 금이 간 것은 올 4월 복지부가 사업자 입찰을 다시 공모하면서부터. 복지부는 신한카드과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 이후부터 컨소시엄 형태의 복수사업자를 선정, 사업을 진행키로 하고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이에 KB카드는 우리카드 및 하나SK카드와 손을 잡고 입찰에 뛰어들었고 신한카드는 NH카드와 결합해 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승부는 그야 말로 박빙. 한 관계자는 "기술과 가격부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KB카드 컨소시엄이 0.01점차로 신한카드측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기존 사업자라 사업의 영속성과 안정성 면에선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가격 평가에서 KB카드측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파급효과는?
업계에선 KB카드가 내년부터 아이사랑카드 사업을 본격 시행하게 될 경우, 1위 신한카드(23%)와 2위 KB카드(14%)의 시장 점유율 간격이 7%대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인금액이 3조원대에 달한다면 일시에 시장 점유율을 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의 규모"라며 "이용실적이 뒷받침되는 고객을 일시에 대거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상실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아이사랑카드의 연 승인금액은 전체 신한카드 승인금액의 2%정도라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바우처 사업은 수수료율 인하, 신규발급규제 등 각종 압박에 시달리는 카드사들로선 큰 힘 들이지 않고 수익과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사업. "땅 집고 헤엄치는 것과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때문에 아이사랑카드 이외의 바우처 시장을 잡으려는 카드사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 업계 관계자는 "바우처 규모가 현재 4조원 수준에서 향후 2년 내 6조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카드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이를 통해 업계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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