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지역의 수백만 명 학생들은 선생님이 학교를 비워 공부를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게 됐다. 영국 정부의 공공연금 개혁안에 항의하는 교원노조 소속 교사 수십만명이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5일 공립학교 교원 대부분이 가입한 전국교사노조(NUT)와 사립학교 교원들이 대부분인 교사강사연합(ATL) 등 양대 교원노조가 연금개혁에 항의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각각 92%, 8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NUT는 2008년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인 적이 있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ATL은 노조 출범 127년 만의 첫 파업 결의다. 메리 보스테드 ATL 노조위원장은 "교사들이 정부의 연금 정책에 얼마나 분개하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사립학교 교사들까지 파업을 결의한 이상 정부는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공립학교 2만3,000개와 사립학교 대부분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5년만의 최대 규모의 파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노조에 소속된 교사들의 수는 약 30만명. 그러나 대학강사들이 소속된 대학노조도 이미 파업을 결의해 파업에 참여할 교직자는 총 60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노조는 여름방학이 끝난 뒤인 8,9월까지도 파업을 지속할 태세다.
영국 교육 당국은 "교사들과 협의를 지속하겠지만 파업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치는 만큼 교사들은 학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교사들을 총파업에 나서게 한 발단은 영국 정부가 연간 1,550억파운드(27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연간 70억 파운드(12조원) 복지예산 삭감을 포함한 긴축재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 육아수당 등 복지 혜택의 축소와 함께 공공부문 연금개혁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연금납입액은 급여의 6.4%에서 9.8%로 인상되고, 연금수령액은 15%가 줄어들고, 연금수령 연령은 현재 65세에서 궁극적으로는 68세까지 늦어지게 됐다. 교사들은 정부가 부자에 대한 세금인상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생계 수단인 연금에 손을 대 재정 부담을 줄인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정년 연장과 공공부문 일자리 49만개 감축은 청년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공무원뿐만 아니라 노동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4%이상,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는 등 실물경제 압박까지 더해 연립정부를 구성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BBC에 따르면 교사 외의 공무원들도 파업 찬반투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연금개혁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긴축안으로 인한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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