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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소셜테이너를 보는 왜곡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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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소셜테이너를 보는 왜곡된 시선

입력
2011.06.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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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폰다는 되고 김여진은 안된다?

배우 김여진은 요즘 화제의 인물이다. 그야말로 인터넷을 달구는 연예인으로 ‘등극’했다. 본업으로가 아니라 ‘행동하는 시민’으로서의 활약 때문이다. 지난 12일에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농성자들을 응원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 이전 부당해고에 맞선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했고, 최근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여진은 ‘소셜테이너(socialtainer=social+entertainerㆍ사회적 이슈에 관해 발언하고 행동하는 연예인)’의 대표적 인물로 지지를 얻는 한편 너무하다 싶은 욕설도 듣고 있다. 트위터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 “아무리 발버둥쳐도, 당신은 학살자”라고 했다가 한나라당 자문위원으로부터 ‘미친X’ 소리를 들은 건 약과다. “연예인 본분에나 충실하라”는 어쭙잖은 충고 뒤에서 그가 느낄 자괴감은 원색적인 욕설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김여진을 비난하는 글들은 소셜테이너를 대하는 편협하고 전근대적인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난과 비아냥의 대부분은 “딴따라가 그저 사람들 즐겁게나 해줄 일이지 뭘 안다고 나서느냐”는 거다. 보수신문도 나서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파적인 문제보다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부터 관심을 가지라’고 점잖게 거들며 ‘아슬아슬’하다고 경고를 보낸다. 반전운동가인 제인 폰다, 수단 다푸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 온 조지 클루니, 빈곤 퇴치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해 온 록그룹 U2의 보노 등 외국 유명 연예인들의 사회활동과 정치참여는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 연예인들의 사회 활동은 고까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예인들은 작은 논쟁거리라도 생기면 일단 바짝 엎드린다. 최근 ‘햄버거 모욕 논란’에 휩싸인 방송인 김제동도 별다른 잘못이 없었는데도 바로 사과했다.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 참여 대학생들에게 성금 500만원을 전달하며 전의경을 위해서도 쓰였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학생들이 절반의 돈으로 햄버거를 사서 전하는 과정에서 전의경들이 모욕감을 느꼈는다는 것이다. 김제동이 얼른 고개를 숙이지 않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려 했다면 그걸 꼬투리 잡아 논란은 더 확산됐을 게 뻔하다.

소셜테이너들이 단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연예인이란 이유로 시민으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제약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가 돼 시시각각 퍼져나가지만, 대중으로 하여금 그가 선 장소에 관심을 갖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대중은 소셜테이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옳고 그름은 스스로 판단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의견이나 주장은 도태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더 퍼져나간다. 여론은 자정능력이 있다.

올해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이긴 싸움으로 평가되는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는 김여진이 조직한 ‘날라리 외부세력’의 후원이 큰 보탬이 됐다. 당당한 소셜테이너들의 활약은 사회에도 활력이 된다. 더 많은 소셜테이너들의 출현을 위해 김여진의 건투를 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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