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탈세로 4,000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과 국세청이 '압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의 해외계좌를 압류했지만, 권 회장은 해외법원을 통해 압류중지 결정을 받아낸 상황. 국세청은 "압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세금을 받아내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권 회장 소유 홍콩회사인 CCCS의 운영자금이 들어있는 우리은행 홍콩지점 계좌를 압류했다. CCCS는 자동차 운반선 50여척을 보유한 회사로, 유럽계 해운회사에 이 선박들을 빌려줘 용선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지난달 말 홍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홍콩법원은 14일 "우리은행은 즉시 CCCS의 은행계좌에 대한 모든 압류조치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홍콩기업인 CCCS의 홍콩 내 예금 계좌에 대해 한국 국세청이 압류 권한이 없다는 것이 결정 이유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한국 국세청의 압류 행위에 대해 홍콩법원이 유효성 여부를 판정할 수는 없다"이라며 "만약 우리은행이 홍콩법원 결정에 따라 권 회장에게 예금을 내준다면 은행측을 상대로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손해는 우리은행이 볼 뿐, 실제 세금을 추징당한 권 회장은 재산상 손해를 전혀 입지 않는다.
난처해진 것은 은행 측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홍콩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홍콩법원의 결정에 따라 예금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우리 국세청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현재 예금지급을 유보한 채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국세청으로부터 추징된 4,10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이달 중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제기할 예정. 만약 권 회장이 국내에 세금을 내야 되는 거주자임이 인정된다 해도, 세금을 실제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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