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과당경쟁이 우려된다'고 예상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산은금융지주가 유력 매수후보에서 배제된 상황에서도 '유효경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효경쟁이 가능하니, 걱정 말라"고 자신했다. 그는 KB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가 인수 의사가 없다고 한데 대해 "(우리금융의) 몸값이 올라갈까 봐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같은 행사에 참석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어 회장은 김 위원장 발언과 관련, "김 위원장과 얘기해본 적이 없어 (그렇게 말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김 위원장 발언에 불구, KB금융은 당국의 사전에 교감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거듭 부인해도 김 위원장이 유효경쟁이 성립될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뭔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기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산은지주를 배제하면서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자, 실제 참가 의향이 있는 다른 금융지주사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산은지주 카드를 포기하자,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의 최소 지분율(95%) 규정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에 대해서는 50%까지 낮추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시행령 개정도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설득에 진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정무위 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면 아예 95% 룰을 법에 못박아 버리겠다"고 경고했는데도, 김 위원장은 "이것을 개정하지 않으면 우리금융 민영화를 못한다, 제발 도와달라"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도 "의원들에게 취지를 자세히 설명해서 반드시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 등을 돌리고 의원들의 반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금융지주사가 실제로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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