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흘러나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부분이 한국계 자금일 것으로 추정돼 심각한 해외 자금 도피와 탈세 실태의 일단을 드러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초 스위스 국세청이 복수의 제3국인이 지난 3년 동안스위스 계좌를 통해 한국 주식에 투자해 얻은 배당수익의 5%에 해당하는 세액 58억 원을 한국 국세청으로 돌려보냈다. 양국 조약에 따라 우리 국세청은 스위스 거주자에 대해서는 배당수익의 15%를 원천 징수하지만, 스위스에 거주하지 않는 제3국인은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돌아온 58억 원이 5%의 세액에 해당하고 3년 동안의 시가 대비 평균 배당률이 2.2%이니, 단순계산으로 투자 원금은 1조7,575억원이나 된다.
이를 모두 한국계 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투자 관행이나 이의제기 가 없는 정황으로 미루어 대부분 한국계 자금으로 봐도 무방하다. 비밀계좌에서 마냥 잠자는 자금까지 감안하면 스위스로 빠져 나간 자금만도 이번 추정 규모를 웃돌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세 피난처로 분류된 62개국에 대한 한국의 수입대금 지급액이 1,317억 달러에 달한 반면, 수입 신고는 428억 달러에 불과해 889억 달러, 100조원의 자금이 불법적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내 투자에 나선 외국계 사모펀드 가운데 실체를 짐작할 수 없는 게 여럿인 데다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단순한 개인자산 도피든, 우회 상속ㆍ증여를 위한 기업 비자금이든, 음성적으로 조성된 정치 자금이든, 국가경제를 좀먹는 국부와 세원 유출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마침 거액의 도피자금이 잇따라 꼬리를 드러내고 역외 탈세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도 틀이 잡히고 있다. "끝까지 추적해 뿌리뽑겠다"는 국세청의 다짐이 행동으로 옮겨져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발 뻗고 잘 수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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