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아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냐고요? 한번 와서 보시면 알아요.”
두 달 뒤면 환갑 잔칫상을 받게 될 딸이 팔순을 넘긴 노모와 함께 그림 전시회를 연다. 19~23일 충북 청주시 청주예술의전당 소전시실에서 열리는‘모녀(母女) 동행전.’ 청주 덕성초등학교 교사인 김금자(60)씨와 그의 어머니 서옥화(82)씨가 주인공이다.
딸 김씨는 “엄마가 그림 그리기에 굉장한 소질이 있었지만 2남 4녀를 키워내느라 평생 끼를 누르고 살아왔다”며 “전시회를 한번 열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지만 이제서야 실천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90평 남짓한 전시실에는 어머니 서씨가 그린 민화 25점과 김씨의 서양화 25점이 걸린다. 김씨는 “엄마 그림은 모두 A4용지에 연필과 색연필로 그려져 소박하다”며 “하지만 단촐해서 긴 여운이 남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부귀영화를 비는 목단,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부부의 해로를 의미하는 쌍학과 원앙 등의 꽃과 동물그림이 주를 이룬다. 김씨의 그림은 생활 주변의 친근한 소재를 주제로 그린 것들로 간결한 색으로 된 그림들이 주로 전시된다.
전시회 날짜를 잡고 작품을 고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머니 서씨의 작품이 너무나 방대했기 때문. 김씨는 “식사라도 같이 할 요량으로 친정을 찾으면 텅 빈 집에서 엄마는 거의 매번 그림을 그리고 있을 정도여서 작품 수가 많다”며 “그리는 족족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남은 200여장의 그림에서도 25점만 골라내는 일은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청주 사생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씨는 지역 미술계에서 꽤 알려진 인물. 올 초 ‘한국 자연주의 현대 초대작가전’ 등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개인 전시회 3차례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직업이 아닌 취미생활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은 일. 그는 “엄마의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6남매 중 맏이인 그는 남매 절반 가량이 미대로 진학하거나 하고 있는 일이 디자인 관련 일인 것을 보면 선천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2년 뒤 정년 퇴임하는 김씨의 꿈은 작은 화실을 하나 열어 어머니와 공동 작업을 하는 일. 은퇴 후 계획을 이야기 하던 김씨는 소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90살 생일에 맞춰 엄마 개인전을 열어 드리려고요.”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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