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OTC)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먼저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게 했지만, 정작 관심은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의 약국 외 판매가 언제부터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한밤 중에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을 쉽게 구하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이 문제가 약국 외 판매 요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기약 등은 그 약품의 속성상 의약외품으로 분류할 수 없고, 따라서 약국 외 판매를 위해서는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약국 외 판매 대상 일반의약품을 어떻게 정의할지부터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 약국 외 판매 일반약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복지부에 따르면 영국은 ‘자유판매품목(General Sale List)’에 ‘구매의 편리성이 전문가의 권고보다 더 중요한 이유와 광범위한 판매의 필요성’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있으면 GSL에 포함된다. 진통제, 피부연고, 기침약, 소화제, 지사제(설사치료), 변비약, 진경제(경련을 멈추게 하는 약), 비타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구충제, 주사제, 안연고, 아스피린, 알록시프린 등은 제외돼 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포장의 정보가 제시되어 있을 것’,‘독성 약품간 상호작용, 안전성, 마진 등이 파악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동안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어 있을 것’등의 규정이 눈에 띈다. 일본은 일반의약품을 부작용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하고, 2ㆍ3단계는 약국과 소매점에서 팔고 있다. 주요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위장약 등은 2단계에 포함돼 소매점에서 판다. 반면 독일은 약국 외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은 천연약초로 제조한 건강보조제, 영양제, 차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복지부는 특정 방안을 정하지 않고, 12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에 ‘새로운 안’을 만들어 달라고 위임했다. 복지부는 약심 안건 보고서에서 ‘해열진통제, 감기약은 중추신경에 작용하므로 약사 관리가 필요한데 약국 외 장소에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부작용 발생시 책임 소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심야ㆍ공휴일에 약국운영 저조 ▦비교적 약국이 많고 선진국에 비해 의약품 사용이 많은 보건환경 등 상충된 요소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약국 외 판매 대상 일반약을 도입할 경우, 성분명 중심으로 할지 품목명 중심으로 할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약국 외 판매 일반약에 대한 논의의 전권을 약심에 위임한 셈이다. 이에 대해 15일 첫 회의에 참여한 약심 위원들간에 논란이 일었다. 약국 외 판매 일반약 안건은 네 번째(마지막) 안건이었는데, 의료계와 약계 등 각각 이해관계가 다른 위원간에 “한번 안을 만들어 보자”, “논의에서 빼달라”며 갈등을 빚었다. 위원회는 결국 진통 끝에 21일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결론 도출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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