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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해외 리메이크… 이래선 '나가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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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해외 리메이크… 이래선 '나가수' 없다

입력
2011.06.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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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기 TV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화제가 됐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거의 해외 포맷을 사들인 것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수잔 보일을 세계적인 신데렐라로 띄운 영국 BBC ‘브리티시 갓 탤런트’의 한국판인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 미국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즌3까지 마친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영국 ITV의 ‘팝스타 투 오페라스타’를 본 딴 tvN의 ‘오페라스타’ 등 케이블 채널뿐이 아니다. MBC도 영국 BBC가 2004년 선보인 ‘스트릭틀리 컴 댄싱’의 포맷을 구입해 제작한 ‘댄싱 위드 더 .

‘댄싱 위드 더 스타’는 마라토너 이봉주, 모델 제시카 고메즈, 가수 김장훈 등 유명인들이 전문 댄서와 짝을 이뤄 댄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으로 10일 첫 방송에서 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난한 출발이었지만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들은 신선도가 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해외에서 포맷을 사들여 만든 프로그램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가 보장돼 시청률 성적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립하다 보니 잘 만들어도 ‘그게 그거’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미 해외에서 검증을 받은 포맷을 들여오는 것은 방송사들에게 당연히 매력적이다. 제작비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케이블 쪽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활발했다. 그런데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마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체 포맷을 개발하기보다는 돈 주고 사와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추세여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포맷을 구입하면서 세트 구성과 캐스팅, 편집에 관련한 세부사항이 담겨 있는 제작 매뉴얼까지 사들여 해외 방송사들의 노하우를 편하게 얻고 있다. 문제는 해외 포맷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자체 기획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방한한 BBC월드와이드 해외 총괄 프로듀서 덩컨 쿠퍼는 “세계적인 TV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BBC월드와이드는 BBC의 해외 수출을 총괄하는 자회사로 2008, 2009년 프로그램 포맷 판매와 글로벌 채널 등으로 1억4,000만 파운드의 수익을 올렸다.

독창적인 포맷 개발은 힘든 만큼 성공했을 때의 보람과 수익도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0년도 방송콘텐츠의 장르별 수출현황’을 살펴보면 드라마 수출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오락 프로그램 포맷 판매가 중요한 수출 장르로 부상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은 전체 수출 비중의 2.7%로 404만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KBS ‘도전 골든벨’이나 ‘미녀들의 수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등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포맷이다. 최근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보기 드문 순수 창작물로 폭발적 화제를 모은 MBC 일밤의 ‘나는 가수다’도 해외 수출 전망이 밝다. 신정수 PD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중국 쪽에서 ‘나가수’ 포맷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맷 거래는 세계적인 추세로 현재 4조원대가 넘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당장 검증된 포맷을 사들여 손쉽게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맛들여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요원하다. 그에 앞서 이미 비슷비슷한 포맷에 진력난 국내 시청자들에게 먼저 외면을 받을 것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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