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4일 대통령으로는 50년 만에 카리브해의 미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공식 방문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고 현지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샌드위치가게에 들러 점심을 먹는 5시간 남짓의 짧은 일정을 소화했다.
푸에르토리코를 일부러 방문한 것은 내년 대선을 겨냥해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푸에르토리코의 주민은 미 시민권자임에도 자치령이어서 대선 투표권은 없다. 그러나 미 전역에는 460만명에 달하는 이곳 출신 유권자가 퍼져 있다. 특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뉴욕 다음으로 많고, 또 다른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도 네번째로 푸에르토리코 유권자가 많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은 물론, 5,000만명에 달하는 전체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의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히스패닉계로부터 67%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지지부진한 이민개혁의 여파로 히스패닉의 이탈 조짐이 보이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플로리다의 쿠바계 히스패닉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층이어서 이들을 상쇄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산후앙 공항에 도착한 뒤 가진 연설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최대 현안인 지위 문제에 대해 “푸에르토리코 주민이 내린 명확한 결정을 미국은 지지할 것”이라고 해 환호를 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푸에르토리코 주민이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 ▦미국의 주(州) ▦준자치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의 실업률이 미 본토의 2배 가까운 17%에 달하는 등 경제난이 심각해 표심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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