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대검 중수부 폐지 등 핵심 쟁점에 관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자 "대다수 국회 특위들이 하는 일 없이 수억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성과를 내지 못할 바에는 특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특위 무용론'도 확산되고 있다.
여야는 이 같은 비판론을 의식한 듯 국회 특위 일부를 해체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14일 "현재 운영 중인 국회 특위 가운데 일자리만들기특위와 공항ㆍ발전소ㆍ액화천연가스인수기지주변대책특위를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없애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전했다. 도대체 특위가 어떻길래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난의 소리까지 듣고 있는 걸까.
지난해 2월 구성된 일자리특위는 현재까지 모두 6차례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전체회의가 마지막 회의이고, 올 들어서는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 그 중에서도 위원장 선임(1차), 위원장 교체(5차), 업무현황보고 청취(2,3,4차)를 빼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 회의는 12월 정기국회기간에 열린 6차 회의뿐이었다. 위원장이었던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첫 회의에서 "우리가 한 번 제대로 된 특위를 운영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역할을 함께 할 것을 기대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18대 국회 들어 구성된 특위는 모두 31개(상설 특위와 인사청문특위 제외)인데 이 가운데 현재10개 특위가 운영되고 있다. 특위의 숫자가 상임위(16개)의 두 배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슈만 생기면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퉈 특위를 만드는 바람에 일자리특위가 있는데도 올해 2월엔 역할이 겹치는 민생대책특위를 다시 구성했다. 31개 특위가 가진 전체회의는 모두 174회. 특위 당 평균 5.6회에 불과하다. 이런 특위에는 평균 2억원씩의 예산이 투입됐다. 매월 위원회에 공식 지급되는 700만~800만원의 위원장 활동비 외에 용처가 분명치 않은 특수활동비, 국내외 출장비 등 각종 명목으로 세금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지난 2월 "위원장에 따라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 달에 그 비용을 다 쓸 수 없더라'는 웃지 못할 토로를 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특위가 내놓는 성과물은 미미하다. 18대 국회 들어서만 벌써 3번째 구성된 정치개혁특위는 겨우 재외국민 선거권 도입을 뼈대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개혁특위가 한 일은 의원 자신들을 위해 정치자금법 위반시 당선무효 처분을 받는 벌금 기준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합의한 것뿐"이란 비판이 나온다.
물론 모든 특위 활동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특위를 구성하지 않는 선진국 의회와 비교하면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여야 정치권도 공감하고 있다. 공항특위에 소속된 한 의원은 "공항 소음 문제로 민원이 빗발치는 지역 주민들에게 뭔가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며 "솔직히 의미 있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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