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까지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동반성장에 대한 협조를 직접 당부하겠다."
지난 3월 김동수(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15개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선 "대통령도 아니고 공정위원장이 상위 15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란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동반성장에 대한 정부의 드라이브가 워낙 강했던 때였고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회동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라면 어느 정도 물밑 교섭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 위원장과 대기업 총수간 회동은 성사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도 14일 "김 위원장과 재계 총수간 회동이 이달 안으로 이뤄지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회동은 왜 불발된 걸까. 안 만난 것일까 아니면 못 만난 것일까. 이를 둘러싼 궁금증과 뒷말도 계속 커지고 있다.
공정위측은 회동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워낙 일정이 바빠 시간조율이 어렵다는 것. 만난다면 이건희 회장부터 만나야 하는데 이 회장은 동계올림픽 평창유치활동으로 분주하고, 김 위원장 역시 국회 일정 때문에 서로 맞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회동을) 하게 되더라도 비밀리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시한에 관계없이 회동은 추진되고 있으며 설령 성사되더라도 떠들썩하게 하진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에선 공정위원장과 재계 총수들의 만남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김 위원장이 재계 총수들을 만나겠다고 말한 때는,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이) 낙제는 아닌 것 같다"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정부가 재계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던 시점. 김 위원장도 34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며 재계를 상대로 동반성장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이후 정부와 재계의 대립구도가 상당 부분 희석됐고, 무엇보다 기업들이 '굳이 공정위원장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란 시각을 갖고 있어 회동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하반기에도 만남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안 만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미 동반성장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 상황에서 꼭 만나야 할 이유도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수와 장관이 만나는 게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가진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들을 향해 "단기적 이익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이 이뤄지면 가장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는 질문에 "총수가 단기 실적에 매달리면 최고경영자(CEO)도 단가 인하와 이윤 극대화 등에만 전념케 돼 동반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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