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산은+우리' 메가뱅크 포기/ 김석동-강만수 밀어붙이다, 비판 들끓고 저축銀 터지자 '무릎'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산은+우리' 메가뱅크 포기/ 김석동-강만수 밀어붙이다, 비판 들끓고 저축銀 터지자 '무릎'

입력
2011.06.14 17:32
0 0

지금까지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오직 메가뱅크(산은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를 위한 행보였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민영화 작업을 중단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재개하고 나선 것도 그랬고, 지주회사가 또 다른 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지분조건을 95%에 50%로 대폭 낮추려는 것도 그랬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메가뱅크를 향한 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제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마감 시한(29일)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 그런데 이제 와서 일사천리로 진행해 온 메가뱅크 방안을 포기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과연 강 회장은 순순히 물러섰을까.

금융당국이 메가뱅크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월 초.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세계적 투자은행(IB)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며 "시장 주도로 재편해서 혁명적 빅뱅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메가뱅크 신봉자인 강 회장이 산은지주 CEO로 입성했고, 두 사람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메가뱅크 구상은 점차 힘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부 반대가 있다 해도 김 위원장과 강 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석동-강만수 라인이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꼭 '강만수 밀어주기'만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당국자는 "어차피 정부로선 우리금융도 산은지주도 모두 민영화해야 할 대상이고 특히 산은지주는 덩치가 작아서 그 자체로는 팔기가 힘든 만큼 둘을 하나로 묶어서 파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국책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결합은 거대국유화이지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는 지적 ▦정부 주도의 금융권 재편에 대한 비판 ▦현 정부 초기 부자감세, 고환율론자로 대변되는 강 회장에 대한 정치권내 거부감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였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메가뱅크는 안 된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더구나 금융당국의 입지는 초기에 비해 매우 악화됐다.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당국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 무리하게 메가뱅크를 밀어 붙였다가는 금융당국마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는 "아마도 저축은행 사태만 아니었으면 금융당국이 메가뱅크를 정면 돌파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이번만큼은 우리금융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유효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필수. 시행령 개정이 산은지주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산은지주는 입찰에 배제를 할 테니 시행령 개정을 허용해 달라"는 읍소를 하고 나선 것이란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주회사들의 입찰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산은지주 간에 모종의 거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는 경우를 전제로, 산은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