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CJ E&M과 넥슨의 전쟁으로 시끄럽다. 게임개발업체 게임하이가 만든 1인칭 사격게임(FPS)'서든 어택' 때문이다. 게임하이가 만든 서든 어택은 CJ E&M의 게임 포털 '넷마블'을 통해 제공되면서 넷마블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게임이다.
그런데 지난해 5월에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게임하이를 자회사로 거느린 넥슨이 서든 어택을 자사에서 직접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CJ E&M은 게임하이와 계약에 따라 서든 어택을 다음달 10일까지만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 포털들은 서든 어택 제공 여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CJ E&M은 순위가 곤두박질치며 궁지로 몰릴 수 있고 넥슨은 절대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그만큼 CJ E&M 게임부문은 이번 싸움에 사활이 걸려 있다.
급기야 CJ E&M은 장수를 교체하는 막바지 강수를 뒀다. 남궁훈 전 CJ E&M 게임부문 사장은 7일 일신상 이유로 사임하고 조영기 CJ IG사장이 게임부문 대표로 바통을 이어 받았다. 졸지에 전장의 한복판에 선 조 사장을 만나 난국을 타개할 비책을 들었다. 조 사장은 "6일 저녁에 갑자기 사장 선임 통보를 받아 정신이 없다"며 "조직 안정화와 서든 어택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해결책은 서든 어택을 넥슨과 공동 제공하는 방안이다. 그는 "6년 동안 CJ E&M에서 서든 어택을 즐긴 1,800만 이용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양 사가 함께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며 "게임 제공 업체가 바뀌면 이용자들도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대신 전임 사장보다 파격적인 조건을 넥슨에 제안할 방침이다. 그는 "많은 것을 버릴 생각"이라며 "CJ E&M 넷마블에서 일어나는 서든 어택 매출의 70%를 주겠다는 전임 사장의 제안보다 더 많이 양보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렇게까지 조 사장이 양보하는 이유는 일단 서든 어택을 잡고 있어야 CJ E&M 게임포털을 찾는 이용자가 줄지 않고, 이는 곧 광고 매출 및 영업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넥슨의 반응이다. 넥슨은 서든 어택을 CJ E&M과 공동 제공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보니 넥슨은 CJ E&M이 보유한 서든 어택 이용자 정보(데이터베이스)를 빠른 시간내 넘겨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 사장은 넥슨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계약 기간 이후에는 이용자 정보를 넘겨줄 생각인데, 마치 주지 않을 것처럼 넥슨이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려 이용자를 불안하게 한다"며 "만일 넥슨이 계속 이용자를 불안하게 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답했다.
서든 어택을 놓칠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조 사장은 "다음달에 나오는 '스페셜포스2'를 비롯해 'S2' '그라운드 제로''쉐도우 컴퍼니'등 4종의 FPS 게임과 미국의 역할분담게임(RPG) '리프트' 등 총 10종의 게임이 대기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1991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자동차를 거쳐 CJ그룹 회장실로 옮기는 동안 줄곧 인사와 재무를 전담했던 관리통이다. 그만큼 게임은 그에게 낯선 분야였다. 그러나 4년 전 CJ E&M의 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면서 게임마니아가 됐다. 고교생인 아들과 PC방에 들려 서너 시간씩 곧잘 게임을 즐겼다.
그 바람에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조 사장은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막으려면 오히려"아버지가 게임을 하라"고 주장한다. 그는 "부모가 게임을 하면 아이들과 대화할 공통의 주제가 생기며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아이들은 스스로 게임을 통제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에서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시행 예정인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은 "정책 결정권자 중에 게임을 해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등장하는 과도기 정책"이라며 "게임을 즐긴 30대 중반 이전 세대가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때가 오면 게임셧다운제 같은 정책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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