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박태환이라는 말은 싫어요. 저도 열심히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어요.”
“네이버에 걸려 있는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한국 여자수영의 최대 유망주답게 10대의 당참과 소녀의 풋풋함이 엿보였다. 여자 자유형 종목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가을(14ㆍ경북체중)의 해맑은 모습이다. 한없이 앳돼 보이는 얼굴의 김가을에게 태릉선수촌에서의 강훈련은 힘겨워 보였지만 태극마크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소녀와 자유형의 운명적인 만남
초등학교 2학년 때 수영을 시작한 김가을의 주종목은 자유형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접영의 기대주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자유형을 겸했던 그는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100m 우승에 이어 같은 해 소년체전 자유형 200m, 400m 정상에 오르면서 자유형으로 선회했다. 김가을은 “원래 자유형에는 소질이 없었어요. 항상 자유형 연습할 때 꼴찌를 하다시피 했거든요”라며 “지난해 3월 접영 기록까지 망치고 난 뒤 우연히 출전했던 자유형에서 좋은 성적이 나자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소녀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유형 훈련에 전념한 김가을은 비록 ‘대타’였지만 13세의 나이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800m에 출전하기도 했다. 경영대표팀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였다. 그리고 그는 국제대회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끝난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4분15초01을 기록, 오는 7월 상하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가을의 기록은 한국기록(4분14초50)에 0.51초 뒤질 뿐이었다. 김가을의 고속 성장에 ‘언니들’도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접영에서 떠나니 접영 선배들이 이제는 반갑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어줘요. 그런데 자유형 언니들은 ‘절대로 50m, 100m 단거리에 오면 안 된다’고 말해요”라고 살짝 웃었다.
약점 극복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
8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팔삭둥이’인 김가을은 자유형 선수로서 단점이 많다. 안병욱 경영대표팀 수석코치는 “단신인 데다 폐활량이 일반인보다도 떨어진다. 그리고 잠영거리는 다른 선수들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 체력 소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김가을의 폐활량은 3,000cc에 불과하다. 박태환의 폐활량이 7,000cc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김가을의 폐활량은 수영 선수로서 ‘빵점’에 가깝다. 그리고 163㎝의 단신이기에 스트로크도 남들보다 많이 해야 한다. 안 코치는 “자유형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킥 동작이 불완전하다. 연속적인 킥 동작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가을의 잠영거리는 4.5m 정도였다. 착실한 훈련으로 잠영거리를 6m까지 늘렸지만 10m가 넘는 다른 선수들의 잠영거리에 턱없이 모자라다.
아직 완전한 ‘자유형 체형’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김가을은 “아시안게임 800m 경기 때 레이스 도중 배가 너무 아파서 그만두고 싶었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겨우 완주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안 코치는 이에 대해 “기본적인 근력과 파워가 좋지만 복근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거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핸디캡 덩어리’임에도 김가을이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건 ‘근력’과 ‘빠른 흡입력’ 때문이었다. 안 코치는 “근력이 타고나 자유형에 적합하고 영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자신만의 킥 동작 등을 찾아내고 있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기술 흡입력이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자신감도 핸디캡 극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가을은 단신이라는 지적에 “키가 큰 선수들이 모두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키가 작아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에요”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김가을의 올해 목표는 한국 신기록 작성. 그는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깨고, 올해 기록을 4분12초까지 경신하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안 코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김가을은 갑자기 “그런데 네이버에 걸린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었다.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은 또래의 소녀처럼 욕심이 가득한 김가을이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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