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한 날 선 공방은 없었다. 대신 이구동성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성토하는데 그친 싱거운 토론회였다. 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13일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내년 대선의 당내 후보 자리를 놓고 첫 토론회를 벌였다.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한차례 토론회가 있었으나 그 때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불참, 이번이 공화당 대선가도의 대장정을 알리는 첫 무대가 됐다.
CNN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토론회에는 롬니 전 주지사와 깅리치 전 의장을 비롯,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 릭 센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허먼 케인 '갓파더스 피자' 전 최고경영자(CEO), 론 폴 텍사스주 하원의원 등 당내 주요 후보 7명이 모두 참석했다. 존 헌츠먼 주중대사와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불참했다.
미 언론들은 "후보 상당수가 아직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 비판하기보다 오바마 대통령을 앞세워 지명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롬니 전 주지사의 건강보험 개혁이 오바마 대통령 건보개혁의 모델이 됐다고 해 '오밤니케어(Obamneycareㆍ오바마케어와 롬니케어를 합성)'라고 공세를 퍼붓던 폴렌티 전 주지사도 정작 토론회에서는 꼬리를 내렸다. 그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러는데, 그가 매사추세츠의 건보개혁을 모델로 했다고 하더라"는 맹탕 대답으로 롬니에 대한 비판을 피했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폴렌티의 말을 받은 뒤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해 만든 건보개혁을 철폐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토론회에서는 바크먼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해 '깜짝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 주자인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분해하도록 4년을 더 주는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관심은 역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롬니 전 주지사에 맞춰졌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력을 앞세워 자신이 '경제대통령'의 적임자라고 강조해 경제를 중시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폴렌티 전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쇠퇴론자"라고 비난한 뒤 '미국은 포르투갈이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급이 아니다"며 "집권하면 연 5% 성장을 이끌겠다"고 장담했다.
내년 초 시작되는 당내 경선을 7개월 정도 앞둔 현재 여론조사에서 롬니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고, 페일린과 케인이 뒤를 잇고 있으나 후보들간 격차가 크지 않아 판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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