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 그룹이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내 도로에 결빙 방지용 지하 열선을 깔았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쌍둥이 빌딩 중 현대차 앞쪽만 열선을 깐 것. 정몽구 회장 등 임직원의 겨울철 낙상 방지용 공사로 알려졌지만 열선이 깔리지 않은 기아차에서는 차별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 사옥 주변도로에 이 같은 장치를 한 것은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 이어 두 번째다.
이달 초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현대차 그룹은 직원들에게 안내문을 공지했다.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내 도로에 아스콘 포장 공사가 예정돼 있으니 차량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직원들 중에는 의아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도로 상태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4일 오후부터 6일 밤 늦게까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공사 기간, 출근자에 대해서는 신분을 확인하고 서야 출입이 허용됐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그룹 사옥은 크게 세 건물로 이뤄져 있다. 정문 바로 옆에 현대차 건물과 기아차 건물 그리고 주차장 건물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현대차 건물과 기아차 건물 사이 도로에는 가로 8mㆍ세로 3mㆍ높이 10㎝의 과속 방지턱이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도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현대차 건물과 기아차 건물 사이의 과속 방지턱을 경계로 현대차 쪽에만 결빙 방지용 지하 열선이 설치 된 것. 이로써 올 겨울 현대차 그룹 양재동 사옥내에서 현대차 빌딩쪽에서는 눈이 내리자마자 녹고, 기아차 빌딩쪽에서는 눈을 쓸어 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기아차 직원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14일 이 회사 직원 김모씨는"두 회사 경계에 있던 높이 10㎝의 과속 방지턱이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며"합병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억지 해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현대차 직원들은 최근 내수 시장에서 동생 격인 기아차에 쫓기고 있는 처지를 격려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실제로 2007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격차는 51.3%대 22.3%로 30% 가까이 차이가 났으나 올해는 격차가 46.6%대 33.8%로 12%대로 좁혀졌다.
공사장 관계자는"지하 열선 공사는 정문에서 현대차 건물로 이어지는 회장님의 동선에 따른 것"이라며"다른 의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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