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장기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현재까지 유일한 인수 후보였던 산은금융지주의 입찰 참가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달 29일로 예정된 입찰의향서 접수에 한 곳도 신청하는 곳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국은 "민영화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선 "현 정부 내에선 힘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며 '메가뱅크'포기를 공식화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정부가 반대한다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합쳐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포기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도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정부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입찰 참여의 길을 터주기 위해 보유지분한도를 낮춰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계속 추진키로 했지만, 현재로선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 지주사들 모두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입찰이 유찰되는 경우 우리금융 지분이나 계열사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공적자금 회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도 민영화를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계 소식통은 "정권 말기에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민영화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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