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 돌봄교실 3000개 운영"… 효과 미지수
정부가 초중고교의 주5일 수업제 전면실시를 예상보다 1년 앞당겨진 2012년부터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논란의 재연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 동안 주5일 근무 확대와 여가활동 증진을 통한 내수진작 필요성 등을 내세워 주5일 수업제 전면실시를 주장하는 목소리와 취약계층과 맞벌이 부부 자녀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기상조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이런 이유로 1998년 관련 법령이 마련된 이후 지금까지 전면실시가 미뤄졌다.
그러나 올 3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여론조사 결과, 가장 반대의견이 많았던 학부모마저 66.9%가 주5일 수업제 전면시행에 찬성하면서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학부모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 학력저하 예방 및 사교육 방지(25.4%) 등이 중요하며, 학교에서 토요일에 체육(29%), 취미ㆍ레저(23.3%), 음악미술문화(19.4%), 교과(7.8%)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해 달라고 희망했다. 결국 초중고생들이 토요일 학교수업 대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칫 사교육 확대나 청소년 비행 증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주5일 수업제 전면실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 프로그램 확충 실효 있을까
교과부는 우선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토요 돌봄교실을 전국 모든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토요일에도 쉴 수 없는 취약계층과 맞벌이부부 가정에 필수적인 토요 돌봄교실을 2012년 3,00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소관의 지역아동센터도 주말까지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부대변인은 "2004년 주5일제 시범운영을 시작하면서 일선 학교에 '놀토(쉬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을 파악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라'고 지시했지만 대부분 한 학기 만에 폐지됐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도 "복지부는 현재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운영하라고 권고하지만 인력이나 재정적인 지원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밝혔다.
학원가는 아이 발길 되돌릴까
교과부는 또 예체능 전문강사 채용을 확대하고 지역시설들과 연계해 다양한 주말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토요 휴업일날 초중고생의 절반 가량이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생 중 학교의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3.5%, 각종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경우는 6.9%에 불과했다.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는 경우도 34.3%로 세 가정당 한곳 꼴에 그쳤다. 특히 학원ㆍ과외 등 사교육을 받는 경우도 5.4%(고등학생은 10.6%)에 달해 휴업일수가 늘어나는 만큼 사교육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교과부는 중ㆍ고교의 경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중 교과관련 프로그램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서는 "주5일 근무가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에서 토요일에 출근해 수업하겠다는 교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생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으로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참교육 학부모회의 장은숙 회장은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토요일에 자체적으로 양질의 체험활동을 시켜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자녀를 학원에 맡기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학부모들 "사교육비 더 늘 것" 우려… "아이와 더 많은 시간" 환영도
내년부터 전국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도입된다는 계획이 14일 발표되자 학부모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학부모 단체들은 토요일에 아이들 돌볼 비용이 추가 요구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정확한 대안에 대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주5일 수업제 실시 계획이 발표돼 우려가 크다”며 “물론 주5일제의 취지를 인정하지만 점진적 시행이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야외 체험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수요를 노린 사교육 시장이 크게 팽창해 가계 부담이 늘 수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주5일제 관련 공교육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은숙 참교육 학부모회 회장은 “애초 정부가 교원단체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취지로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을 결심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이나 대책 논의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5일 수업제를 감행된 점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윤지희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 역시 “주 5일제 시행에 맞춰 학교나 지역사회가 아이들이 토요일에 특기적성을 키우고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수요조사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환영과 기대를 드러낸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공공기관 등 주5일제를 시행하는 직장에 고용된 학부모들은 “주말에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볼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원가는 관망하고 있다. 한 대형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일부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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