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마술 같은 무대와 몸만으로 말하는 무대. 상식을 깨고 새로운 지평을 한껏 열어젖힌 연극들이 참말로 반갑다.
극단 놀땅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 공연 시간 내내 배우들이 대사를 치고 떠들어 대는 것은 여느 연극 무대와 비슷하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 가면서 어느새 멀쩡한 집 한 채가 객석 앞에 형체를 드러낸다. 지난해 대산문학상 희곡상, 월간 한국연극의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등을 휩쓸었던 무대가 재공연되고 있는 데는 무대만이 가능한 마술의 힘 때문이다.
공연의 전 과정이 곧 집 한 채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배우들은 땅에 선을 긋더니 거푸집을 짓고 콘크리트를 붓는다. 거푸집을 떼내는 순간 집은 온전한 형체를 드러낸다. 작ㆍ연출자 최진아씨의 입심과 구성력은 곧 블록이고 지붕이다. 1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_2150
‘차숙이네’가 물체의 재구성을 통해 배우의 현존을 증거한다면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무대 ‘피지컬 페스티벌’은 몸 그 자체를 통해 배우의 존재성을 입증한다. 마임 마술 등 탈언어(non_verbal)적 수단을 동원해 언어 이전의 직접적 소통만이 주는 깨달음, 혹은 공감을 선사한다. 3개국 12개 작품이 경연을 벌이듯 객석을 흡인한다.
독일의 도테아트르는 ‘프랑켄슈타인’을 패러디한 무대 ‘Upside Down’으로 뒤틀린 세계의 실체를 객석에 제시한다. 팀의 이름은 러시아 모더니즘 댄스에서 유래한 무용적 언어를 상징한다. 스페인의 토티요로넬은 쓰레기 더미에서 광대와 음악가가 벌이는 가족용 코믹쇼 ‘ Naif’를 들고 왔다.
중견 마임이스트 유홍영씨의 마임공작소판은 피카소의 명화 ‘게르니카’를 장편 마임 무대로 꾸며 보인다. 한국의 분단 상황을 소재로 해 전쟁 테러 공포 등의 주제를 즉물적으로 제시하는 ‘기다리는 사람들’ 역시 마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와이무브먼트팩토리의 ‘Sensual Difference’는 현대 무용의 논리를 마임에 이입, 몰개성화해 가는 우리 시대를 풍자한다.
한편 마임의 유희성을 천착하는 무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비주얼시어터컴퍼니의 종이 오브제 퍼포먼스 ‘종이 인간’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 가는 무대다. 삶에서 죽음 이후까지 인생의 모든 과정을 선체험케 해 마임 무대가 거대한 학습의 장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서울변방연극제 등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외연을 확장하는 무대와 함께 다원예술연속포럼이 펼쳐진다. 특히 도테아트르는 전문가를 위한 신체 훈련을 6월 30일~7월 1일 진행, 세계 신체 연극의 현재를 전하는 등 보다 심도 있는 무대를 펼친다. 28일~7월 17일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02)764_7462.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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