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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젊은 시인이 바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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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젊은 시인이 바다로 갔다

입력
2011.06.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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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津輕)해협을 지나 북태평양 어장에 도착했다는, 기다렸던 시인 이윤길 선장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이 선장의 이번 항차에 명예 삼등항해사인 이재성 시인이 타고 있다. 이재성 시인은 우리 대학 인문대학생. 휴학을 하고 좁은 육지를 떠나 넓은 바다로 갔다. 이군은 올해 지역신문 신춘문예로 시인이 됐다. ‘마드리드 호텔 602호’란 당선시에서 보여 준 시인의 꿈은 ‘바다’였다. 자신의 꿈에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 젊은 인문학도와는 거리가 먼, 힘든 어선을 타고 춥고 거친 바다로 일하러 갔다. 책상이 아닌 북양에서 진짜 바다를 만나겠다는 스물다섯 살의 뜨거운 나이의 제자를 나는 말리지 않았다. 이 선장의 소식에 해군 출신답게 이군은 뱃멀미도 하지 않고 끼니 때마다 고봉밥을 잘 먹는다고 했다. 성격이 좋아 선배 선원들에게 인기도 좋다고 했다. 내 자식처럼 끼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눈에 선했다. 심야당직을 서는 미드와치(Mid Watch)에 편성, 일항사를 모시며 삼항사의 일도 톡톡히 배우는 모양이다. 보는 것만큼 알고,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 바다니 돌아오면 재성이는 한국 문학사에서 ‘최연소 해양시인’이라는 새로운 바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떠날 때 고추장을 담아 선물했다. 울고 싶을 때 딱 한 숟가락씩만 먹으라고 했다. 내 제자, 젊은 시인 이재성, 그 고추장 그대로 남겨 올 것이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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