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통한 메시지 전달의 가능성을 확신해요. 지난번 ‘반도체 소녀’(반소) 초연 때 똑똑히 확인했죠.”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결성을 목적으로 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을 결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오랜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오세철(69)씨는 요즘 발견의 기쁨에 목소리가 한결 또랑또랑하다. 술을 줄인 탓이기도 할 터.
최근 막을 내린 ‘택시, 택시’에서 진보적 학자 역을 능란하게 소화해 낸 그에게 연극이란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에 저항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연세대 경영대에서 고 이한열의 스승으로 가르치던 딸깍발이 정신의 연장선상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연세대 명예교수로 칠순을 코앞에 둔 그에게서 풍찬노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음은 경이롭다. 늘 활기차다.
“올해 초 연출가 오태석씨의 ‘북청사자야 놀자’ 무대에 찾아갔었죠. 답방일까, 우리 ‘반소’연습장에 왔더라구요. 배우들에게 일일이 연기를 지적하더니, 이후 극의 분위기가 일대 반전했죠. (무대에) 생기가 넘쳤어요.” 이후 두 사람은 거반 술친구고, 연극 동료다. 모두 대학 시절 각기 연극반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수십 년을 격한 지금, 견고한 유대감으로 변했다.
.‘반소’ 배우로서의 그는 여전히 교수 역할이다. 등록금이나 물가 문제 등 최근 상황은 연출자와의 협의 하에 (원래 무대를) 바꿔 가고 있다. 그러나 불변의 부분이 있다. 여전히 그는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을 열강하는 노교수로 등장한다,
“9일 이한열 추모제에 갔었죠. 내 과목 (‘조직 행동’)을 듣던 당시 경영대 2년생이었는데….”비운에 간 제자 때문일까, 이어지는 말은 낮되 옹골지다. “대학로에서 보니 연극배우는 가장 열악한 상태의 노동자라는 사실 확인했어요. 비정규직노동자인 배우의 현실 알게 됐죠. 새로운 연극 운동으로 발전시킬 거에요.” 이를테면 그는 문화 운동가로 거듭 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나 복지 문제를 내세워 이용하려는 기득권층의 시도에 혹하지 않도록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연극을 다양한 소재와 방법 통해 계속 시도해 갈 거에요.” 충성도 높은 일단의 관객을 끌고 다닐 무서운 신인이 대학로에 나타난 것이다.
“6월의 전망이라? 비정규직 문제의 심화 등으로 억눌렸던 촛불의 힘이 다시 살아날 거에요. 좌파의 부활이라는 세계적 추세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겠죠.”이번 교수 역은 연극 영화 TV를 오가며 활동 중인 맹봉학씨와의 더블 캐스팅이다. 23일~7월 17일 선돌극장.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