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부산국세청 조사국 직원(6급) 이모씨와 국세청 출신 세무사 김모씨가 이 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 15일 오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에서 전ㆍ현직 국세청 직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로부터 이씨 등에게 2009년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국세청 고위 간부들도 개입됐는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의 대외 로비 창구를 맡았던 브로커 윤여성(56ㆍ구속기소)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해수(53ㆍ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지난해 한나라당 박모 국회의원에게 부산저축은행의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 조만간 김 전 비서관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5월쯤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인천 계양구에서 진행 중인 건설사업과 관련해 자료 요청한 게 있느냐'는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별도의 청탁을 받거나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의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있어 보좌관이 국토해양부에 문의한 뒤 행정소송으로 처리하라고 안내했다고 답했다"며 "김 전 비서관은 '잘 알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과 윤여성씨가 수시로 통화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통화 내역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비서관은 그러나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받고 청탁에 응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전남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허가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 순천지역 A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사업 시행사와 고문계약을 체결한 A변호사에게 지급된 자문료 수천만원 중 일부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에게 흘러들어갔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박형선(59) 해동건설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3년 6월 박연호(61ㆍ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차명 주식을 사들이면서 맺은 이면 약정을 내세워 경기 시흥사 영각사 납골당 사업과 관련해 1,280억여원의 불법 대출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또 2008년 경기 용인시 전원주택 개발사업 부지 매입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 임원의 친척이 서광주세무서의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이를 무마해준 대가로 1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 측은 그러나 검찰의 주요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박씨의 변호인은 "영각사 납골당 사업 초창기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도중에 접었고 대출 과정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세무조사와 관련해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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