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면서 파출소에도 여러 번 잡혀갔죠. 하지만 한 파출소장 덕분에 파출소에 다시는 안 갑니다." 소설가 이외수(65)씨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토론회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경찰상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이씨는 만취해 파출소에 갔다. "사장님, 술집을 파출소와 똑같이 꾸미다니 아이디어 좋네요. 술 가져와요"라며 인사불성이 돼 파출소장을 술집 사장으로 알고 고함을 질렀다는 이씨. 파출소장은 아무 말 없이 주전자에 물을 담아와 밤새 권커니 잣거니 마셨단다.
이씨는 중한 처벌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동틀 무렵 골아 떨어진 자신을 난로 옆에서 따뜻하게 재워주기까지 한 파출소장에게 감동을 받아 두 번 다시 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는 "소통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마음으로 한다는 것은 소통할 대상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면서 "소통으로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그 파출소장처럼 국민들과 하나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검찰의 수사 지휘권에 대해 "산불이 났는데 진화 개시만 하라면 번지고 있는 불은 누가 끄느냐. 불을 더 끌지 말지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며 "비합리적이고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아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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