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은 난해하다고 평가 받기 일쑤였다. 대표작 '제7의 봉인'(1957)부터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한 중세기사가 저승사자와 둔 체스를 이겨 24시간 뒤로 죽음을 유예하지만 결국 인생 별 거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이 영화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로 가득하다. 그는 느린 화법으로 깊은 사유를 끌어내는 영화들로 일관했고 대중들은 그를 쉬 받아들이지 못했다. 2007년 그가 죽자 미국 유명 감독 우디 알렌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제목도 예사롭지 않다. '무거운 질문들을 던졌던 사람'(The Man Who Asked Hard Questions).
62편의 영화를 세상에 남긴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은 많은 영화 애호가들에게도 난수표로 종종 통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영화감독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히곤 했다. '와호장룡'과 '색,계'의 리안, '어둠 속의 댄서'의 라스 폰 트리에, '그녀에게'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이 "베리만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많은 수상 성과도 그의 이름을 빛냈다. '산딸기'(1957)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곰상을 받았고, '제7의 봉인'과 '삶의 가장자리'(1958)로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감독상을 각각 수상했다. '처녀의 샘'(1960)과 '어두운 유리를 통해'(1961), '화니와 알렉산더'(1982)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상을 세 차례나 받는 위업을 달성했다. 베리만 부모의 삶을 그린 빌 어거스트 감독, 베리만 각본의 '최선의 의도'(1992)까지 칸영화제 대상(황금종려상)을 받을 정도니 거장도 이런 거장이 없다.
베리만의 영화인생을 기리는 행사가 주한스웨덴대사관 등 주최로 서울 대현동 예술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를 중심으로 1년 동안 펼쳐진다. 지난 10일 개막해 내달 10일 막을 내리는 멀티미디어 설치전 '잉마르 베리만: 심오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위대한 인간'이 그 출발점이다. 심포지엄과 그의 영향을 받은 감독들의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영화제 '현대 영화의 거장들: 베리만의 자장 아래서'(8월11~17일)가 열리고, 11월부터는 '제7의 봉인'과 '페르소나' 등 베리만의 대표작 9편과 만날 수도 있다.
10일 멀티미디어 설치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라르스 바리외 주한스웨덴 대사는 베리만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웨덴 사람." 1년 동안 이어지는 행사 규모도 놀랍지만 예술영화라면 손사래를 치기 마련인 요즘 그들의 영화 자산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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