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3일 여야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은 '민생'을 고리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민생경제 긴급 회담'이란 표현을 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또 여야 정치 공방의 소재가 아닌 민생을 놓고 대통령과 논의함으로써 '합리적인 정치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4ㆍ27 재보선 승리 이후 급상승하다 주춤한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도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 이후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영수회담 제안을 검토해왔다"며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은 회담 제안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민생 현안들을 더 이상 미룰 경우 청와대와 야당 모두 실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영수회담 제안 시기를 놓고 당 안팎의 주요 인사들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손 대표는 지난 6일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민주당의 점진적인 반값 등록금 대책으로는 안 된다'는 학생들의 반응에 충격을 받고 왔다"며 "제도권 정치가 촛불을 든 학생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없는 회담 제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인 박선숙 의원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없었던 만큼 회담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야당도 민생 해결이란 짐을 같이 지겠다는 뜻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회담 제안 1시간 전에 정장선 사무총장을 통해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 사전에 협의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예우는 한 셈이다. 대부분의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사전에 회담 제안 계획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의제는 반값 등록금과 저축은행 부실사태, 가계부채, 고물가 등 주로 민생 현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간 입장 차이가 현격한 남북관계와 사법개혁 등에 대해 논의할 경우 합의 도출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회담을 위한 회담'이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 대표 측은 "회담이 성사되면 야당 대표로서 할 말을 다할 것"이라며 "그 공(功)이 대통령에게 돌아가더라도 민생 해결을 위해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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