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날아온 메일 하나. 대학생들이 기획사를 만들고 가수를 발굴, 정식 음반을 낸다는 내용이었다. 하루에 수십통씩 쏟아지는 음반 홍보 메일에서 '저희는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계열 학생들로 구성된 학내기업 JH엔터테인먼트입니다'라는 제목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눈길을 끈 건 첨부된 음원 'someday'. JH엔터테인먼트가 키우는 혼성 듀오 어느하루의 싱글앨범 곡이었다.
별 기대는 없었다. 홍대 앞에서 이름 깨나 알려진 인디 기획사들이 만들어 낸 음반도 실망스러운 경우가 부지기수다. 늦은 오후, 간신히 기사 마감을 하고 의자 등받이에 잔뜩 기댄 채 가벼운 마음으로 음원을 클릭했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보사노바풍의 노래가 귀를 잡더니 몸이 차례로 반응했다. 몸을 일으켜 자료를 뒤적이던 손은 어느새 전화기로 향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어느하루의 멤버 김경미(21ㆍ여), 김승수(20ㆍ남)를 만났다. "음악이 정말 괜찮던데요"라는 인사에 'someday'의 작사, 작곡을 한 김승수가 반갑게 웃었다. "영상음악 전공자들은 대학 입학 시험 때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이 노래로 붙었어요. 여러 번의 편곡을 거쳐 다듬고 꼬박 하루를 녹음했어요."
어느하루는 지난 3월 JH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오디션에서 20팀이 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발된 팀이다. 'someday'는 10일 음원사이트인 벅스와 멜론 등을 통해 정식 유통됐다. 곡의 수준은 상당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디그룹 옥상달빛, 10㎝ 등의 따뜻한 어쿠스틱 감성이 묻어나면서도 혼성 듀오가 빚어내는 보사노바풍의 아름다운 화음이 매력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곡 전반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시원한 여성 보컬. 김경미는 "솔로가 아닌 듀엣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곡이 잘 나왔다"며 "틈날 때면 사람들 지나다니는 거리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는 하는데 그렇게 대화하듯 노래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하루의 소속사 JH엔터테인먼트는 대학생 8명으로 이루어진 기획사지만 쉽게 볼 곳은 아니다. 기획 제작팀, 영상제작과 홍보 마케팅팀, 회계 및 경영 지원팀, 매니저 및 신인개발팀 등 웬만한 기획사 못지않은 전략적 구성으로 신인 발굴과 음반 계약, 홍보 등 전문적인 일을 전담하고 있다. 어느하루는 JH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인 셈. 홍보를 맡은 고정민(22)씨는 "원래 JH엔터테인먼트는 '대중음악과 음악산업'이란 수업에서 실습 차원에서 만든 것인데, 아이돌 그룹 등 주류음악만 득세하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음악을 부각시켜보자는 생각에 학생들이 뜻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은 CEO 강지훈(22)씨의 이름 이니셜에서 따왔단다.
동아방송예술대는 음악과 방송 쪽으로 특화된 학생들이 모여 있어 JH엔터테인먼트가 자생하기에 매우 좋은 토양이다. 실제 'someday'의 제작부터 유통, 홍보까지 들인 비용은 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획을 맡고 있는 이재하(29)씨는 "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음원 마스터링만은 전문가한테 맡기면서 그 비용이 좀 들었다"며 "녹음 프로듀싱은 프로듀서학과 학생한테 맡기고 장비는 학교 믹싱 시설을 이용하는 등 추가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고 말했다.
현재 JH엔터테인먼트는 어느하루의 'someday' 뮤직비디오 제작과 함께 홍대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어느하루의 후속곡 녹음에도 돌입한다. 이재하씨는 "앞으로 지속적인 신인 발굴을 통해 한국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며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은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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