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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한국 증시서 또 굴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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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한국 증시서 또 굴욕 왜…

입력
2011.06.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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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벽타일 생산업체 '완리'는 13일 코스닥 입성 첫날 굴욕을 당했다. 3,85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하한가로 마감(3,275원)한 것. 공모가(4,100원)보다는 무려 20%나 낮은 금액이다. 상장 전부터 한국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아 보겠다고 이사회와는 별도로 한국인을 중심으로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 4개 사업연도에 대한 회계감사도 받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완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신뢰를 잃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유가증권시장 4개사와 코스닥시장 12개사 등 모두 16개사. 전체 외국상장기업(19개)의 84%나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최근(5월2일~6월13일) 주가만 보더라도 적게는 5%, 많게는 39%까지 폭락한 상태다. '중국'이란 이름만으로 저평가(차이나 디스카운트)되는 상황이다.

불신의 늪

올 상반기 중국기업들의 하락세에 불을 댕긴 것은 섬유업체인 중국고섬이 지난 3월 자회사 회계문제로 거래정지를 당하면서부터.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뜩이나 회계 불투명성(연합과기)이나 늑장 공시(차이나하오란) 등으로 신뢰를 잃어가던 차에 발생한 사건이라 중국 기업들 전체가 신뢰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기업들은 해명조차 먹히지 않고 있다. 예컨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중국원양자원은 "실제 어선을 보유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홈페이지에 보유어선 26척의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대표가 직접 "어선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주가하락을 막지 못했다. 해명 직후인 3일엔 하한가로 마감했고, 13일에도 전날보다 3%나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 분무펌프 1위 제조업체 '썬마트홀딩스'는 상장을 포기했고, 작년 말 상장예심을 통과한 폴리우레탄 관련 업체 '중국대제국제유한공사'는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가 해외기업의 상장요건을 도입한 2007년 이후 중국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2건(2007, 2008년)에서 5건(2009, 2010년)으로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소극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과민반응? 펀더멘털?

시장에선 "중국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너무 과도하게 저평가하고 있다"(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주장과 "중국기업들의 실제 문제점이 반영된 것"(차이나 리스크)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차이나 디스카운트'쪽으로 보는 시각. 신한금융투자 유성모 연구원은 "완리의 주력사업이기도 한 타일산업은 중국의 유망 산업으로 기초 체력면에서 급락할 이유가 없는데 시장 분위기에 많이 휩쓸렸다"고 밝혔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탄탄한 곳이 많은데도, 중국기업을 패키지로 묶어 문제아 기업으로 낙인 찍어버린다는 것.

반면 중국기업엔 분명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은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인플레 위험도 높아진 상태"라며 "중국 기업들이 하락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런 우려와 함께 회계 불투명성 등 개별 기업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의 본질은 미래 불확실성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이라 실체보다 투자자가 어떻게 믿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불신감을 해소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는 외국기업의 상장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닥시장본부 이효정 상장제도팀장은 "사외이사 중 한명을 한국인으로 선임하고 외부 감사인을 국내 회계법인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며 "공시와 회계 투명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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