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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두가족 '땅콩주택' 매력도 많고 단점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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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두가족 '땅콩주택' 매력도 많고 단점도 많고…

입력
2011.06.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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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주택. 좁은 하나의 필지 안에 두 채의 집이 지어져 꼭 땅콩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미 미국 등에선 두 세대용 집을 뜻하는 듀플렉스(duplex)가 보편화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선 땅콩주택이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땅콩주택이 새로운 주거형태의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 제약요건 또한 많다는 지적이다.

정원 딸린 '반값'주택

땅콩주택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온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 때문. 좁은 필지지만 집 자체를 슬림하게 짓기 때문에, 정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선, 답답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정원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또 하나의 매력은 비용. 택지부터 건축비까지 두 집이 절반씩 내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 일종의 '반값'주택인 셈이다.

최근 란 책에서 소개된 용인 동백지구의 2세대 땅콩주택(사진)의 경우 3억6,000만원짜리 226㎡ 토지 위에 건축비 3억6,700만원을 들여 한 달 만에 완공됐다. 세금 등을 합해도 한 집당 4억원을 채 들이지 않고도 119㎡의 앞마당과 다락방까지 갖춘 100㎡의 번듯한 2층집을 갖게 된 것. 전세값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돈으로 단독주택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5ㆍ1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에 따라 땅콩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용지에 적용해온 층수규제가 완화(종전 2~3층→3~4층)됨에 따라,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된 점도 땅콩주택의 열풍을 달구는데 한몫하고 있다.

땅콩주택 인기 덕분에 실제로 단독주택용지 판매량도 가파르게 늘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판매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월 한 달 간 판매된 단독주택 용지는 17만2,000㎡로 전년동기인 11만7,000㎡ 대비 무려 47%나 증가했다.

환금성과 공간활용도는 '글쎄'

일반 아파트에 비해 반값만 들이고도 도심생활권을 유지하고, 게다가 적잖은 면적의 정원까지 가질 수 있는 집을 장만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 하지만 땅콩주택에 숨은 불편함은 감안해야 할 듯싶다.

당장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 하나의 부지 위에 지어진 서로 다른 집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건물로 지어진 탓에, 두 사람이 절반씩의 비용을 부담한 만큼 토지와 건물에 대한 지분 역시 절반씩 소유하게 된다. 따라서 두 집 가운데 한 집이 주택을 처분할 때나 내ㆍ외부 수리를 할 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에도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파트와 달리 현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부담.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는 건설사를 통해 집단대출이 가능하지만, 땅콩주택은 택지를 담보로 한 대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같은 면적의 아파트에 비해 대출 한도가 적고, 건축비 부분에 대해서는 담보를 받을 수 없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기성복 스타일로 지어지는 아파트와 달리 땅콩주택의 경우 최초 건축주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맞춤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을 처분할 경우 마땅한 집주인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 채가 지어져야 할 공간에 두 채가 지어지다 보니, 1ㆍ2층 세대분리형이 아닌 좌우분리형인 경우에는 실내 공간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쭉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내부 공간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생길 수 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개발(R&D)센터 소장은 "사실상 벽 하나로 두 집이 좌우로 분리되다 보니, 아파트와 같은 방음은 기대하기 힘들어 사실상 사생활 보호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버시가 공유돼도 무관한 형제간 혹은 부모 자식 세대와 같은 가족 관계이거나, 재산권 행사에 필요한 상호 동의가 어렵지 않은 경우 등을 제외하곤 공동주택보다 오히려 더 불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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