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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려되는 '아바타' 여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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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려되는 '아바타' 여당 대표

입력
2011.06.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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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나라당을 야단치려고 한다. 특히 대선주자 등 당내 대주주를 좀 혼내주고 싶다. 혼낼 자격 여부는 따지지 말자. 생판 모르는 구경꾼도 장기판에서는 열을 내며 훈수를 두는 법이니까.

내년 4월 총선을 책임지고 치러야 할 한나라당의 간판을 뽑는 7∙4 전당대회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알다시피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오세훈 김문수 등 대선주자들은 출마할 수 없다. 대선주자는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당 대표에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비상대책위가 당헌당규의 개정 여부를 놓고 논의했지만 "가장 개혁적인 규정을 왜 바꾸느냐"는 반대파들의 고성에 '도루묵'이 됐다. 규정을 만들었던 때로 되돌아가 보면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그때로서는 개혁적이었다. 하지만 그 시점은 17대 총선이 끝난 다음 해인 2005년 12월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때였다.

지금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당장 총선이 다가와 있다. 그 때는 대선후보간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차원에서 이 조항을 만들었다. 지금처럼 총선 결과에 따라 대표에게 흠집이 날까 봐, 그러면 대선 가도에 차질을 빚을까 봐 우회도로로 피해서 가라고 이 조항을 만든 게 아니다.

하여간 좋다. 어차피 결론이 난 이상, 이제 와 따진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어쨌든 2진급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전당대회의 흥행 성공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무성 홍준표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유승민 등 거론되는 후보군은 권투로 치면 헤비급 선수가 아닌 죄다 라이트급들이다. 본인들은 항변할지 몰라도 국민 지지도 측면에서 대선주자들과 비교해 보면 적잖은 차이가 나니까 서운해도 할 수 없다.

'2부 리그'로 변질된 이번 전당대회를 놓고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직전 대표를 주저 앉힐 때 가장 많이 지적했던 얘기가 뭐였나. '대통령과 특정 대주주의 아바타'였다. 청와대 등의 조종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당의 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게 아바타 때문이라고 손가락질 했고, 4ㆍ27 재보선 패배 원인도 거기서 찾았다.

지금은 어떤가. 대선주자급의 1진들이 빠지고 2진들이 나오다 보니까 어째 전대가 또 다른 '아바타 뽑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벌써부터 친이계는 누구를 찍고 누구를 배제해야 할 것인지 눈치만 보고 있다. 친박계는 한 표는 알겠는데 다른 한 표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윗선만 쳐다보고 있다. 소장파와 중도 성향 후보들은 그 와중에 묘한 곡예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돼도 한쪽 진영을 위한 '제2의 아바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운 좋게 황금분할이 이뤄지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내분은 필연이다. 그러면 총선도 필패다. 아바타가 대표인 정당에게 누가 표를 주겠는가.

당내 대주주부터 좀 각성했으면 한다. 당을 위해 진정으로 계파 해체를 선언하든지, 아니면 대승적으로 손을 잡든지 해야 한다. 정히 싸우려면 당당하게 당의 정책과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며 경쟁하고, 그리고 나서 이긴 자에게 힘을 모아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현실성 없는 교과서 같은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7년 전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 얘기를 해주고 싶다. 존립 위기마저 느낀 한나라당은 하나로 뭉쳤다. 국민은 그래서 표를 줬다. 그러나 지금 이런 진정성이 남아 있는가. 계파 보호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위한 '대리 대표' 만들기에만 힘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설픈 흉내내기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왜냐고?

국민 개인은 간혹 우매할 수 있지만, 유권자는 항상 현명하기 때문이다.

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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