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한 조찬강연에서 "물가가 현재 발등에 떨어진 가장 큰 불"이라고 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는 전기 도시가스 우편 지하철 고속버스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어서 '발등에 떨어진 가장 큰 불'이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사실 경제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물가 폭등을 걱정하며,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해왔다. 신선채소에서 비롯된 물가 불안이 가공식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이었으니 정부에 물가 총력전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더욱이 국제유가 등 대외적 요인에 따른 물가 불안이라면 일시적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겠지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 확대와 글로벌 경기회복세라는 수요 측면의 상승 요인이 맞물려 그 폭발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정부는 공격적이고 종합적인 물가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구태의연하고 무사안일했다. 환율과 금리 등 거시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는커녕, '물가'와 '성장'을 오가며 우왕좌왕했다. 말로는 '물가안정'이 핵심 정책과제라고 떠들었지만, 실제 행동에선 전혀 '물가안정 의지'가 읽히지 않았다. 겨우 대기업을 압박해 기름값과 통신비를 낮추는 정도였다. 정부가 대기업과 소모전을 치르는 새 물가는 전 방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박 장관은 "(기업에 대한)팔 비틀기보다 시장 친화적이면서 창의적 대안을 강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거시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물가안정 다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박 장관은 직위를 걸고 물가를 잡기 바란다. 지금도 부동산대책이나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을 보면 시장 친화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못하다. 저금리를 유지하고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전히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둔 정책의 전환을 포함해 독점산업의 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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