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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법원장 엘리아스씨 "사법부 판단에 정치권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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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법원장 엘리아스씨 "사법부 판단에 정치권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

입력
2011.06.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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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판단에 대해 정치권 등이 왈가왈부한다면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정신에 반하는 거지요.”

13일 오후5시2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이날 공식 개막한 제14차 아시아ㆍ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한 뉴질랜드 대법원장 시안 엘리아스(62)는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 독립’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엘리아스 원장은 “뉴질랜드에서도 소송 당사자 본인이 재판결과에 동의하지 못할 땐 사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한다”며 “그러나 재판의 독립성 자체를 의심하는 경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등에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거나, 법원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도 했다.

아ㆍ태 지역 33개 국가에서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 엘리아스 원장은 유일한 여성 대법원장이다. 뉴질랜드 대법관 5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 총리와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이 모두 여성이었을 만큼 여권 신장이 잘된 국가로 꼽히는 뉴질랜드에서 여성 법관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뉴질랜드는 물론 아ㆍ태 지역에서 여성은 가정폭력이나 임금, 직급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열악한 위치에 있어요. 때문에 여성 법관의 증가는 남녀 차별이라는 장벽 제거는 물론 재판 과정에 ‘여성의 관점’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뉴질랜드에서 여성 판사의 비율은 1, 2심 법원 모두 30%에 못 미친다고 한다.

영국 런던 출생인 엘리아스 원장은 1974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고, 1995년 뉴질랜드 고등법원 판사에 임용돼 2004년 대법원장 자리에 올랐다. 뉴질랜드 대법원 설립(2003년) 전인 1999년 서울에서 열린 제8차 아ㆍ태 대법원장 회의에 최고 법관 자격으로 참석한 적도 있어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에 대해선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재미있는 풍경을 많이 봐서 흥미진진(exciting)하다”고 말했다.

엘리아스 원장의 임기는 8년이 남은 상태다. 뉴질랜드 대법원장은 임기제가 아니라 정년제(70세)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지금까진 하급심 판사들에 권한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앞으로는 행정부나 입법부와의 관계에 있어 예산 문제 등을 비롯해 사법부 독립성을 더 확고히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이 아니라 ‘행정’의 독립성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사법부 독립’은 그 역시 고민 중인 화두였던 것이다.

한편, ‘21세기 사법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16일까지 계속된다. 사법제도 선진화 및 사법협력 등 논의를 목적으로 1985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처음 열린 아ㆍ태 대법원장 회의는 2년마다 한번씩 개최되며, ‘사법 분야의 APEC 정상회의’에도 비유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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