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임상규(62) 순천대 총장이 자신의 차량에서 숯불을 피워 자살했다.
13일 오전 8시2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선산 인근 임도에 주차된 NF쏘나타 차량에서 임 총장이 바비큐용 숯불을 피워 놓고 숨져 있는 것을 사촌 동생 임모(50)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는 경찰에서 “아침에 형님에게 식사를 챙겨 드리러 집에 가보니 주방 식탁에 ‘선산에 간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있었다”며 “곧바로 선산에 가보니 형님이 차량 안에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발견 당시 양복 차림에 운전석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바른 자세로 누워 있었으며, 차량 뒷좌석에 A4 용지 한 장짜리 자필 유서를 남겼다. 임 총장은 유서에서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그 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고 적었다.
임 총장은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 지난 3일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임 총장이 지난해 경북지역 대형 공사 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따낼 수 있도록 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었다. 유씨는 이와 관련 최근 검찰에서 “임 총장에게 경북지역 함바집 운영권 확보 대가로 준 돈 말고도 3,000만원을 더 줬다”고 추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유씨의 동업자들이 2005년 10월과 2007년 3월 임 총장과 동생 계좌로 1억5,000만원을 보낸 사실을 확인, 대가성 여부를 조사해왔다. 임 총장은 이에 대해 “아파트 매매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돈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사돈인 임 총장이 부산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되기 전인 1월 말 예금 5,000만원을 중도해지하고 인출한 사실을 확인, 지난 3일 임 총장을 소환해 사전에 영업정지 정보를 입수했는지 조사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임 총장은 광주일고, 서울대(금속공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7회)로 공직에 들어가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과학기술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농림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순천=김영균기자 ykk222@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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