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실종아동법)이 2005년 12월 시행됐지만 법의 허점과 보건복지부 경찰청간 비(非)협조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 시행 전 아이를 잃어버려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하다가 세월이 흘러 신고하려고 해도 '신고 당시 14세 미만' 제한에 걸리거나 복지부가 관리하는 무연고자 명단과 경찰에 접수된 실종신고자 명단이 실시간으로 대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모(34)씨는 다섯 살이던 1982년 어머니와 서울의 친척집에 놀러 왔다가 미아가 됐다. 어머니는 아들을 잃어버린 지 4년 만에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장씨의 형은 2005년 실종아동법이 시행되자 다시 동생을 찾기 위해 경찰서와 동사무소에 수 차례 애원했으나 "이미 20대에 접어든 동생은 실종아동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들었다. 장씨는 지난해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센터)의 도움으로 27년 만에 가족을 찾았지만 '실종 신고 당시 14세 미만'이라는 한 줄 법조문 때문에 생이별의 아픔을 수 년간 더 곱씹어야 했다.
하모(55)씨 사례는 무연고자를 돌보는 복지부와 실종자를 찾는 경찰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신지체장애인 하씨는 2005년 9월 경기 평택의 집 근처에서 갑자기 실종됐다. 경찰이 시설 일제 수색으로 5년여 만에 찾고 보니 하씨는 경기 파주시의 한 복지시설에 있었다.
시설은 치료와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에 청구하기 위해 2006년 초부터 하씨의 인적 사항을 복지부에서 관리하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올렸지만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를 볼 수 없었다. 복지부 전산망은 법적으로 다른 기관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씨의 여동생은 "사람을 교도소에 집어 넣어도 가족한테는 연락하는 법인데 시설에서 5년이나 데리고 있으면서 어떻게 국가가 가족을 찾아줄 생각도 하지 않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관리하는 무연고자 명단을 매년 경찰에 보내지만 통합관리망에 등록된 사람들을 그대로 보내주는 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별로 따로 정리해 보내기 때문에 명단에서 빠뜨리거나 입력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부가 경찰에 보내준 무연고자 1,045명 가운데 시설에 들어온 지 3년이 넘어서야 보고된 사람은 717명으로 3분의 2를 넘었다. 누락된 사람은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다.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신영숙(경감) 반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6명이라고 했던 용인정신병원 무연고자 수를 실제 점검해보니 80여명에 달했다"며 "실종아동법 적용 대상을 늘리고 경찰이 통합관리망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반장은 "통합관리망이 경찰 수사 등 목적 외로 사용되는 것이 우려된다면 복지부에서 담당 직원을 경찰청에 파견해 실시간 조회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실종 신고 당시 14세 미만' 규정을 '실종 당시 14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경찰청과 복지부가 실종아동정보시스템을 상호 연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실종아동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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