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책 혼선을 거듭하자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과 함께 정책 지도부에 정작 정책 전문가가 너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 전문가 부재는 '여당 정책위가 약하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집권당의 정책 지도부는 여권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 당정협의를 총괄ㆍ조정하면서 때론 정부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정부를 이끌어가야 할 여당 정책위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현재 한나라당 정책 지도부의 리더십은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책 총사령탑격인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판사 출신이다. 황 원내대표는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7대 국회 때인 2007년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바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전통적인 의미의 정책 전문가라 할 수는 없다.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정책을 책임지는 6명의 정책위 부의장 중에도 해당 분야 정책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 출신인 김장수 의원 한 명 정도다. 때문에 소요 재정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불쑥불쑥 내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야당의 정책 지도부와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경제ㆍ교육 부총리 출신으로 풍부한 정책 경험을 갖고 있다. 조영택 부의장은 국무조정실장, 최인기 부의장은 행자부장관을 지냈다. 대변인인 이용섭 의원은 국세청장, 행자부장관, 건교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한나라당의 한 경제통 의원은 "물론 관료 출신 모두가 정책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관료를 지냈거나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정부 관료들과 상대하면서 제대로 정책을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나라당의 정책 지도부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18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여당 정책위의장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성조 고흥길 심재철 이주영 의원이 차례대로 맡았다. 한 당직자는 "18대 국회 정책위의장 중 명확히 정책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임태희 실장 한 사람 정도"라며 "이 때문에 한때 정책위의장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첫째 이유로 당내에서는 원내대표_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제를 꼽는다. 정책위의장을 원내대표 러닝메이트로 뽑다 보니 정책 전문가를 찾기 보다 지역과 선수, 계파 등을 고려해 원내대표를 보완하는 사람으로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러닝메이트제를 폐지해 정책위의장을 따로 뽑고, 이를 원내대표 산하가 아닌 당 대표 산하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10년간 야당을 하다 보니 장ㆍ차관 등 관료 출신 인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여당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정책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많이 영입해 정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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