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서울의 한 사립대에 복학한 김모(23)씨는 최근 학과 수업 발표를 위해 5명이 모인 조별 모임에서 낯선 일을 겪었다. 술값 포함 8만원 가량이 나오자 학생들이 각자 신용카드를 들고 나가 따로 계산을 했던 것. 그는 "보통 더치페이는 식사비를 한꺼번에 걷어 계산을 하는 것인데 요즘은 안 그런 모양"이라고 혀를 찼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더치페이(ducth pay)의 행태가 바뀌고 있다. 전체 비용을 사람 머릿수만큼 나눠 계산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식, 하지만 최근에는 'N분의 1이 아니라 내가 지불해야 할 비용만큼만 계산한다'는 식의 더치페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서울 B대 대학원생 모임.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 학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A씨는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난 다음, 우리가 걷은 돈을 받을 생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학생은 자신이 주문한 메뉴의 가격만큼만 카드로 계산하고 떠났다"고 했다. A씨는 "요즘 그런 애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 보니 어이가 없었다"며 "더치페이가 일반화한 외국에서도 이런 식은 아닌데, 너무 과한 돌출 행동으로 보였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등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그들만의 '합리적인 계산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택수(사회학과) 고려대 교수는 "경제적인 이해 득실을 따지다 보니 비싼 걸 먹은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반대의 경우는 피해를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의 관습으로 볼 때 당분간은 (최근 추세가) 지나친 개인주의로, 당혹감을 주는 돌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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