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정책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6일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당 지도부가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혼선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당직자들이 치밀한 사전 조율 없이 아이디어 수준의 정책을 불쑥 발표하고, 정작 구체적 실현 방안 제시 등 '수습'은 제대로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최근에는 황 원내대표와 이 정책위의장 사이에 미묘한 갈등 기류까지 생겼다.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놓고 당이 20일 째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가장 단적인 사례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을 당의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하지만 이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나는 그런 발표 계획을 몰랐다"며 "앞으로 정책을 잘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얘기다. 며칠 뒤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언론을 통해 "B 학점 이상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서도 이 정책위의장은 "그건 김 부의장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와중에 당내 '등록금 부담 완화 태스크포스(TF)'의 단장인 임해규 정책위부의장이 외유를 떠나 TF가 엿새 간 공전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혼선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달 30일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북한인권법과 민주당이 제출할 예정인 북한민생 관련법을 국회 상임위에서 병합심사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시각 당내 감세정책 관련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던 이 정책위의장은 회담 결과를 보고 받고 "나와 상의한 적이 없는데…"라고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진통 끝에 지난 10일 당정협의에서는 '북한인권법을 원래 방침대로 분리 처리하겠다'고 못박았다.
비정규직 지원 대책을 놓고도 엇박자가 날 조짐이 보인다. 이 정책위의장은 최근 관련 토론회 개최를 추진하는 등 비정규직 대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 주변에서 "지금은 등록금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책 지휘부와 실무진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일 오전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회의가 열렸는데, 이 정책위의장은 당정회의가 끝난 뒤에야 회의 개최 사실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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