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두고 여야가 정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특수수사청이 좌초 위기에 빠진 사법개혁 논의에서 새 변수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중수부 폐지 대안으로 특수청 신설이 제기된 데 이어 민주당도 "논의하지 못할 이유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청 변수는 한나라당 쇄신파 발(發)이다. 한나라당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14일 국회에서 중수부 폐지의 대안으로 특수청 설치 방안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일부 사개특위 위원도 중수부 폐지와 특수청 신설을 연계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범규 의원 등은 "중수부를 당장 폐지하는 방안에는 반대하지만 거악을 상대할 대체조직을 만든 다음에는 폐지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수청 신설과 중수부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기 때문에 특수성 신설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사개특위 검찰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민주당도 중수부를 당장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폐지 시기를 포함해 법제화하자는 것"이라며 "이번에 중수부 폐지 법제화만 성사되면 사개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해 특수청 신설과 법원개혁 사안을 모두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가 특수청 설치에 합의하고 사법 개혁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은 적다. 왜냐하면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뿐 아니라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론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사개특위 연장'과 '중수부 폐지와 특수청 설치의 상호 연계 논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선(先) 중수부 폐지 합의, 후(後) 특수청 설치 논의'로 맞서 있다. 여기에 검찰의 반발도 만만찮은 걸림돌이어서 논의를 진척시키기가 어렵다.
13일 이주영 사개특위 위원장은 여야 간사ㆍ소위원장들과 만나 난관에 봉착한 사법개혁 논의에 돌파구를 모색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비쟁점 입법화를 우선 시도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핵심을 제외한다면 처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의 기존 합의안에는 2020년부터 10년 이상 경력자만 법관에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계획과 로클럭(law clerk) 제도의 2012년 도입이 포함돼 있다. 법원과 관련해 ▦법관인사제도 개선 ▦판결서ㆍ증거목록의 공개, 검찰과 관련해 ▦재정신청대상에 피의사실공표죄 고발사건 포함 ▦기소검사실명제 ▦수사목록 작성 의무화 등에서도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15, 17일 전체회의에서 안을 확정한 뒤 20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민주당의 반대 기류를 감안할 때 사법개혁안의 6월 국회 처리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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