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 사이의 정책협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의 컨트롤타워로서 당정청 9인 회동이 있지만 정책 조율 기능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실제 9인 회동은 한나라당 신임 원내지도부 출범 후 한번밖에 가동되지 않았다. 지난달 6일 원내지도부가 선출된 뒤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 등을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혼선을 빚자 지난달 28일 회동을 가진 것이 전부다. 당시 여권 지도부는 "재정 수요가 큰 정책을 추진할 경우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갖자"면서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을 부랴부랴 봉합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그 뒤에도 정책협의 시스템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여권 수뇌부가 자주 만나 머리를 맞대고 산적한 국정현안을 풀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회동 계획조차 잡히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회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례적으로 국회 회기 중에는 9인 회동을 갖지 않는데다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국회 본회의 및 각 상임위 등에 출석하기 때문에 굳이 별도로 만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협의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등록금 인하, 보육 지원 강화 등 친서민 정책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청와대는 당의 설익은 포퓰리즘 정책 제시가 자칫 현정부의 정책기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청와대는 겉으로는 최대한 여당의 정책기조에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북한인권법 등 중점 법안 처리에 포커스를 맞추는 분위기다. 게다가 내달 4일 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정책 방향과 주도권을 둘러싸고 여당과 청와대 사이에 긴장 기류가 조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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