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과 보복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6일 120명의 군인과 경찰이 무장 괴한에게 살해당한 것과 관련, 보복을 예고한 뒤 잇따라 총부리를 시위대를 향해 겨누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 더군다나 탱크에 이어 이젠 헬기까지 동원해 기관총을 난사하는 등 무차별 공격과 함께 민간인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정황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의 TV뉴스 방송국인 APTN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엔 수도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대열을 갖춘 정부군을 향해 걸어가던 한 시민이 총격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장면들이 담겨있다.
이날 터키와의 접경 도시인 지스르 알 슈구르에서 탈출한 시민들이 AFP통신에 공개한 휴대폰에도 유혈 진압 현장의 참상이 실렸다. 주로 총상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진 시신이 널려있는 사진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동생인 마헤르가 이끄는 부대는 이날 탱크와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채 도시에 진입, 테러 단체들을 체포한다며 무차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 정권이 정부군에 반정부 시위대 측 여성들을 성폭행하도록 명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명령에 충격을 받고 터키로 피신한 한 시리아 정부군 병사는 "지시를 받고 라스탄 지역의 민가에 투입된 군인들이 무차별 총격을 한 뒤 남편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12일 AFP통신에 털어놨다.
앞서 인권단체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10일 진압군 헬리콥터가 시민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이날 북부 도시 마라트 알 누만에서 금요 기도회를 마친 후 중심가로 모여 들었는데, 인파가 수만명으로 불어나자 정부군이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한 것이다. 한 시민은 "5대 이상의 헬기가 나타나 군중에게 몇 시간이나 기관총을 쐈다"고 말했다. 헬기 기관총 난사로 인한 인명 피해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에선 그러나 시리아 민주화 시위로 올 들어 모두 1,20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오히려 해외 언론의 접근을 차단한 채 테러 집단이 정부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TV는 "테러조직이 무장한 채 나타나 마라트 알 누만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진압군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무자비한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시리아 정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레바논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이 결의안 초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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