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16개월 동안 이어진 사법개혁 논의 자체가 없던 일처럼 되어버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 동안의 사법개혁 논의가 주요 쟁점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돼 왔음을 생각하면 우연한 정치적 사정을 이유로 판을 걷어치워서는 안 될 일이다.
국회 사법개혁 논의의 좌초 위기는 한나라당이 뒤늦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반대 쪽으로 선회한 데 대해 민주당이 검찰 개혁의 축이 무너진 마당에 법원 개혁안만을 처리할 수 없다고 맞선 결과다. 따라서 겉으로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신의 위반을 민주당이 따지고 있는 구조지만, 워낙 정치상황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선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여당의 자세 변화가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한 논의" 주문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런 주문이 아니더라도 당내에 '중수부의 즉각적 폐지'라는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가자는 암묵적 합의를 구체적 시기까지 포함한 '즉각 폐지'로 확대 해석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한창인 중수부에 조직 소멸을 '선고'하는 것보다 더한 수사 개입이 없고, 그 정치적 부담은 여당이 크게 마련이다.
야당의 주장 또한 이치가 닿는다. 사법개혁의 핵심 쟁점 가운데 법원과 검찰에 동시에 행해져야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있고 대검 중수부의 폐지도 그 가운데 하나라서, 법원 개혁만을 일방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법개혁안이 어디 중수부 폐지나 그것과 직간접 연관된 법원 개혁안뿐일까. 여야 지도부가 큰 그림만 그리는 것과 달리 사개특위 여야 관계자가 오늘부터 새로운 절충에 나서듯, 여야 지도부의 결단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개혁안이 적지 않다. 가령 10년 이상 경력자만 법관에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계획, 기소검사 실명제 등만 해도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장의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수부 폐지안 등은 '일시 보류'라는 꼬리표를 달아 놓고, 다른 개혁안부터 합의하는 분리 처리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기다렸다는 듯 논의 자체를 보류하거나 폐기하려는 태도는 국회가 국민보다 법조계의 이해를 앞세운다는 오해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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