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OTC) 약국 외 판매 문제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나마 약사법 개정 쪽으로 방침을 변경한 것은 다행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의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진 장관 스스로 국회 통과에 자신감이 없고, 여당 의원들조차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자칫 원점으로 회귀할 우려가 없지 않다. 정부 혼자서 힘에 부친다면 국민의 도움을 얻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약사법 개정의 승패는 15일 약심에서의 논의가 우선 관건이다. 당초 이 날은 약국 외 판매 유보를 전제로 의약품 재분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방침 선회로 법 개정 문제를 협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약심(12명)은 의학계 약학계 전문가가 각 4명씩 구성돼 있으나 약사회의 입김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약심에서 약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약사법 개정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치권의 인식은 한 술 더 뜨는 상황이다. 약사법 개정 방침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니 하명이니 하면서 크게 떨떠름해 하는 모양이다. 복지부가 OTC 약국 외 판매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당정 협의를 어겼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약사들의 손실은 크지만 소비자의 불편은 사소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으니 이들이 약사회의 대표인지 국민의 대표인지 알 수가 없다.
일반의약품을 문자 그대로 손쉽게 사도록(Over The Counter) 해 달라는 것은 국민의 소박한 바람이다. 당장 심각하고 다급한 요구가 아니기에 침묵하고 있을 뿐 당위성과 필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당장 정부는 약심의 논의 과정을 가능한 한 공개하여 국민의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누가 국민의 편의보다 약사회의 이익을 앞세우는지 우리는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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